현실 쫓는 '검은 사제들', 다락방에서 탄생한 영웅담

[노컷 리뷰] 韓에서는 흔치 않은 소재…장재현 감독 "가장 한국적인 것이 좋다"

배우 김윤석과 강동원. (사진=영화 '검은 사제들' 스틸컷)
아마 '엑소시스트'라는 할리우드 영화를 기억할 것이다. 누가 뭐래도 영화의 명장면은 계단신이다. 몸을 뒤집어 계단을 기어 내려오는 흉측한 소녀의 얼굴은 관객들에게 극도의 공포를 선사한다.


'엑소시스트' 이전과 이후에도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들은 '엑소시즘'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졌다. 그런 점에서 영화 '검은 사제들'은 흔치 않은 한국형 '엑소시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한국형이라고 하지만 대다수 할리우드 영화와 마찬가지로 주인공은 가톨릭 신부 두 명이다. 영화의 내용과 목적은 정확하다. '구마사'인 신부 두 명은 '엑소시즘' 즉 구마예식을 거행한다. 악령이 몸에 깃든 소녀 영신(박소담 분)을 구하기 위해서.

인물과 배경 설명을 위한 시간을 제외한다면 구마예식이 벌어지는 단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정서가 낯설 수도 있다는 우려와 달리, 영화는 판타지와 현실을 오가며 현실감을 쉽게 놓치지 않는다.

일단 공간 설정 자체가 그렇다. 소녀는 화려한 명동 골목 뒤쪽, 어두운 다락방에 잠들어 있다. 연출을 맡은 장재현 감독은 끊임 없이 눈부신 명동을 중심으로 도시 풍경을 제시한다. 이 작업은 누구나 아는 친숙한 공간을 통해 현실 감각을 일깨운다,

장 감독은 "가장 한국적으로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의외로 가장 한국적인 곳이 서울 명동 한복판이 아닐까 했다. 그곳의 초라한 다락방에서 사람들이 모르는 진실이 일어나는 것이 한국적 설정이라고 봤다"고 이야기했다.

구마예식 장면은 감독이 추구하는 현실감과 소재의 판타지성이 정점에 달하는 순간이다. 예식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황이지만 감독이 철저하게 준비한 정교함이 '있을 법한' 상황을 조성한다. 속성이 다른 감각들은 서로 부딪쳐 오히려 좋은 에너지를 낸다.

김윤석과 강동원의 역할은 소금을 경계로 한 '이쪽'과 '저쪽'처럼 엄격하게 구분된다. 말썽꾸러기 신학생 최 부제는 남들에게 말 못할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그는 구마예식을 통해 자신의 트라우마를 직시하게 되고, 결국 극복하는데 성공한다. 악령이 그의 약한 틈을 파고 든 순간, 침착하게 진행되던 강동원의 연기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김 신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성에 따라 움직인다. 비현실적 존재와 맞서는 순간에도 특유의 냉정함과 침착함을 잃지 않는다. 무게감 있는 '베테랑' 김윤석의 연기는 영화의 무게 중심을 잡는다. 종종 두 배우가 주고 받는 유머는 영화에 감칠맛을 더한다.

세상을 구하는 영웅들에도 여러 유형이 있다. 이들은 세상을 구했지만, 세상은 어둠 속에 있는 이들을 모른다. 장 감독의 바람대로 두 사람은 희생적인 아웃사이더 영웅을 자처한다.

'구마'의 성패 여부를 놓고 발생하는 긴장감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인간의 근원적인 부분을 흔드는 악령과의 대결은 스릴러보다 공포에 가깝다. 부패한 영신의 얼굴과 그 입에서 나오는 괴이한 목소리들은 지독한 공포심을 자극한다. 그 악령이 인간의 이기심이 부른 비극 속에 뿌리를 두고 있어 더욱 그렇다.

뻔할 수도 있지만 소녀와 악령의 접목 그리고 한국적인 맛을 살린 신부 캐릭터들은 단순한 내러티브를 보다 입체적으로 변화 시킨다. 신인임에도 불구, 거물 스타들을 데리고 쉽지 않은 장르에 도전한 감독의 용기가 돋보이는 영화다. 오는 11월 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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