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아베 일본 총리는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언급 없이 “미래 지향의 새 시대 구축”등을 언급하며 비껴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백악실에서 아베 일본 총리와 50분 동안 단독회담을 갖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양국 현안에 대해 폭넓은 협의를 마친 뒤, 장소를 집현실로 옮겨 진행한 확대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아베 총리에게 “신뢰”를 강조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일본에도 한일관계는 진실과 신뢰에 기초해야 한다는 성신지교를 말씀하신 선각자가 있는 걸로 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오늘 회담이 아픈 역사 치유하는 대승적이고 진심어린 회담이 돼서 앞으로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신뢰를 강조한 것은 단독회담에서 공감대를 이룬 사안에 대해 약속을 지킬 것을 확인하는 맥락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아베 총리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열게 됐는데 금년이 한일국교 50주년 이란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고 생각 한다”며 “그 동안 저는 국교 50주년을 맞는 올해 양국이 과거사를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함께 출발하는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베 일본 총리는 “지금까지 50년간 일한관계 발전의 걸음을 높이 평가한다”며 “ 그것을 토대로 미래 지향적인 일한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구축하기 위해 박 대통령과 함께 노력하고자 한다”고 답변했다.
아베 총리는 “올해는 일한국교 정상화 50주년”이라며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50년간 양국은 어려움 직면하면서도 우호 협력의 길을 걸어왔고, 함께 발전해왔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예전부터 일한 관계를 개선하고자 생각해왔다”며 “그러기 위해서 정상차원에서 솔직히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필요하며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고 얘기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는 “오늘 박 대통령과 회담이 실현됐다”며 “이것은 양국 국민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일정상회담 종료 뒤 청와대는 “양국 정상이 올해가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이라는 전환점에 해당되는 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가능한 조기에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타결하기 위한 협의를 가속화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을 합의 문안으로 발표했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서는 박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 연내 타결'로 압박을 가하자, 아베 총리가 이를 일정부분 수용하면서 양국 정상이 '조기 타결을 위한 협의 가속화' 수준에서 합의를 이뤄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연내 타결을 목표로 일본측에 위안부 해결에 속도를 낼 것을 압박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했고, 아베 총리 입장에선 타결 시한을 애매하게 함으로써 운신의 폭을 넓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