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짜의 반란' 김태형 감독 "감독으로서 우승 더 기뻐"

김태형 감독.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감독으로서 우승하니 기쁨이 더 크네요."

김태형 감독은 1990년 두산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2001년 은퇴할 때까지 줄곧 두산에서만 뛰었다. 코치 생활도 두산에서 시작했다. 1995년에는 선수로서 우승을 했고, 2001년에는 플레잉 코치로서 우승을 맛봤다.

2001년 플레잉 코치로 우승을 했을 때 김태형 감독은 이런 생각을 했다. "감독이 돼서 우승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이다.

김태형 감독은 김경문 감독이 떠난 2012년부터 3년 동안 잠시 SK에서 코치 생활을 하며 외도 아닌 외도를 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21일 다시 두산으로 돌아왔다. 2001년 문득 생각했던 감독으로서다.

그리고 감독 데뷔 첫 해부터 한국시리즈 정상에 섰다.

김태형 감독은 31일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뒤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너무 기분이 좋다"면서 "감독으로서 첫 해에 너무 많은 것을 얻은 것 같다. 기쁘기도 하지만, 뭔가를 준비할 것도 많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전했다.


데뷔 첫 해 우승은 통산 네 번째다. 1983년 해태 김응용 감독, 2005년 삼성 선동열 감독, 2011년 삼성 류중일 감독이 데뷔 해에 우승했다. 하지만 같은 팀에서 선수와 감독으로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김태형 감독이 최초다.

김태형 감독은 "기록 같은 걸 갖다붙이는 스타일이 아니다"라면서 "2001년에 플레잉 코치로 우승한 뒤 감독으로 우승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 선수하면서 우승했을 때 기쁨도 크지만, 감독으로서 우승했을 때 기쁨이 더 큰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사실 시즌 내내 험난한 길을 걸었다. 부상 선수는 속출했고, 마무리는 늘 구멍이 뻥 뚫려있었다. 그런 두산이 3위로 페넌트레이스를 마무리하고,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하는데는 마무리 이현승의 공이 컸다.

김태형 감독은 "부상 선수가 나오면 방법이 없다. 그 다음 가능성 있는 선수를 믿고 쓰는 수밖에 없다"면서 "이현승을 마무리로 돌린 것이 지금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지 않나 싶다. 정말 힘들었다. 윤명준도 감독이 부담을 줘서 자기 페이스를 못 찾았고, 노경은도 흔들렸다. 이현승이 자리를 잡으면서 우승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두산은 김태형 감독을 '곰의 탈을 쓴 여우'로 표현한다. 많은 말을 하지 않지만, 선수단 장악력이 뛰어난 리더다. 게다가 결정적인 순간에도 번트가 아닌 강공을 선택할 정도로 공격적인 야구를 한다. 선수들에게도 농담으로 다가가는 '형님 리더십'도 갖췄다. 두산이 무서운 상승세로 한국시리즈 정상까지 오른 비결이다.

김태형 감독은 "팀을 맡으면서 부담은 없었다"면서 "선수들에게 편하게 하라고 하지만, 감독 마음은 편하지 않다. 그런 모습을 안 보이려고 했다. 선수들이 긴장하면 자기 플레이가 안 나온다. 항상 밝고, 즐거운 분위기로 하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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