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 ‘2015 KEB하나은행 FA컵’ 결승전.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은퇴를 앞둔 베테랑 수비수 차두리에 주장 완장을 맡겼다.
최용수 감독은 2013년 FC서울 입단 후 단 한 번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보지 못한 그에게 막중한 책임감과 함께 간절함까지 모두 맡겼다.
사실 이 경기는 선수로서 그라운드에 나서는 차두리의 마지막 경기였다. 차두리는 수원 삼성과 ‘슈퍼매치’에 경고 누적으로 나서지 못한다. 이 때문에 올 시즌 잔여 경기가 모두 원정에서 치러지는 만큼 최용수 감독은 은퇴를 앞둔 차두리가 선수단과 동행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물론 안방에서 열리는 경기지만 서울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나서는 마지막 경기라는 점에서 그 어느 경기보다 더욱 기억에 남을 경기였다. 그렇기에 90분 풀 타임을 뛰는 동안 더 힘을 냈다.
결국 차두리는 90분 풀 타임 활약하며 서울의 3-1 승리에 힘을 보탰다. 최근 2년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와 FA컵에서 차례로 준우승하며 참았던 눈물도 2015년의 FA컵 우승으로 참을 수 없을 만큼 터졌다.
다사다난했던 2015년은 차두리를 정신적으로 상당히 힘들게 했다. '로봇'이라고 불렸을 만큼 지치지 않았던 체력도 어느덧 약을 먹고 통증을 참고 버틸 정도로 떨어진 상태였다.
차두리는 "오늘 경기에 승리하지 못했다면 내년 챔피언스리그 출전 여부가 달린 만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이제는 편안하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다. 우승이라는 뜻깊은 결과를 얻은 만큼 팀을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내 몸 상태도 생각해야겠다"면서 이 경기를 끝으로 사실상 현역에서 은퇴하겠다는 뜻을 털어놨다.
관람석에서 아버지가 지켜보는 가운데 선수로서 마지막으로 나서는 홈 경기장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풀 타임을 소화한 차두리. 그리고 서울 유니폼 입고 3년 만에 처음 들어보는 우승 트로피. '선수'가 아닌 또 다른 역할로 한국 축구를 위해 달릴 차두리에게 2015년의 10월 31일은 여러모로 좋은 기억으로 남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