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는 4차전까지 17타수 2안타, 타율 1할1푼8리에 그쳤다. 타점과 득점도 없어 4번 타자로서 체면이 영 말이 아니었다. 특히 승부처에서 잇따라 내야 타구에 머물며 삼성 선수단과 팬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삼성이 1승 뒤 3연패로 벼랑에 몰린 원인 중의 하나였다.
그럼에도 류 감독은 "우리 4번 타자를 내가 못 믿으면 누가 믿노?"라며 힘을 실어줬다. 4차전 뒤 인터뷰에 이어 5차전을 앞두고도 류 감독은 "우리 팀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를 빼고 누굴 넣겠노"라고 강조했다.
사실 최형우가 없었다면 삼성이 여기까지 올 수도 없었다. 정규리그에서 최형우는 홈런(33개)와 타점(123개) 5위로 제몫을 해냈다. 타율도 3할1푼8리, 14위였다. 지난해 결승타 1위(18개)에 이어 올해도 2위(18개)였다. 지난 2013년과 지난해 KS에서도 3할 타율로 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류 감독도 속이 타들어간다. 류 감독은 "감독은 어차피 욕을 먹는 자리기 때문에 욕은 내가 받겠다"면서도 "그런데 형우는 이런 내 마음을 알겠나"고 취재진에게 하소연했다. 이어 "선수가 잘 하면 칭찬은 감독이 아닌 선수에게 간다"면서 "그래도 좋으니 좀 쳐줬으면 좋겠다"고 애타는 바람을 드러냈다.
▲최형우, 끝내 5차전도 침묵
최형우는 그러나 끝내 류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이날도 최형우는 선취점 기회에서 범타로 물러났다. 1회 2사 1루에서 중견수 뜬공에 그쳤다. 그 사이 두산은 1회 민병헌-김현수-양의지 등 중심 타자들의 연속 안타로 2점을 선취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이후에도 최형우는 침묵했다. 0-7로 뒤진 4회 1사 2루 득점권에서도 우익수 뜬공에 머물렀고, 1-9로 벌어진 6회 1사 2루에서도 1루 뜬공으로 힘없이 물러났다. 2-12로 더 뒤진 8회 이날 마지막 타석도 좌익수 뜬공에 그쳤다. 21타수 2안타, 타율 9푼5리로 KS를 마쳤다.
결국 삼성은 5차전 2-13 대패를 안으며 KS 전적 1승4패로 5년 연속 통합 우승이 좌절됐다. 정규리그는 5연패를 이뤘지만 KS 5연패는 무산됐다. 통산 10번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물론 최형우가 우승 좌절의 책임을 다 질 수는 없다. 삼성은 KS 직전 윤성환과 안지만, 임창용 등 마운드 핵심 3인방이 도박 스캔들에 연루돼 빠지는 악재가 발생한 게 가장 뼈아팠다.
하지만 최형우의 침묵이 타선 전체에 미친 영향은 적잖았다. 삼성은 1차전에서 9점을 뽑았지만 이후 2, 3차전에서 1점에 그쳤고, 4차전 3점 등 타선이 살아나지 못했다.
이에 대한 책임을 최형우가 피하기는 어렵다. 4번이 힘을 쓰지 못하니 나머지 선수들도 기가 살지 못했다. 비난을 무릅쓴 류 감독의 애타는 마음은 끝내 보답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