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감독의 말대로 두산은 프로 원년인 1982년과 1995년, 그리고 2001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을 때 모두 1차전(1982년 1차전 무승부, 2차전 패)을 내줬다. 한국시리즈가 32번 열리는 동안 1차전을 내준 팀이 우승을 차지한 것은 총 8번. 그 중 두산이 3번의 우승을 거머쥐었다.
아이러니하게도 1차전을 이긴 2007년과 2008년, 2013년에는 준우승에 그쳤다. 물론 2000년과 2005년에는 1차전을 지고도 우승을 못했다.
결국 두산은 1차전을 내주고 다시 한 번 우승이라는 역사를 썼다.
두산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삼성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선발 유희관의 호투와 5회 집중타를 앞세워 13-2로 승리했다. 이로써 두산은 1패 뒤 내리 4경기를 잡고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2001년 삼성을 4승2패로 꺾고 우승한 이후 정확히 14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이자 통산 네 번째 우승이다.
부상에도 불구하고 5차전 3점 홈런 포함, 14타수 8안타(타율 5할7푼1리)를 때린 정수빈은 한국시리즈 MVP로 선정됐다. 정수빈은 기자단 투표 66표 가운데 41표를 휩쓸었다.
2년 전 한국시리즈에서 3승1패로 앞서다 내리 3경기를 지고 준우승에 그쳤던 아픔을 씻었다. 당시 준우승의 여파로 김진욱 감독이 경질됐고, 송일수 감독 부임 후 지난해에는 포스트시즌 진출에도 실패했다. 아픔이 꽤 컸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선발 더스틴 니퍼트와 장원준이 확실한 승리 카드 역할을 해줬다. 4차전에서는 이현호가 무너졌지만, 노경은이 역투를 펼쳤다.
3승1패. 2년 전과 똑같은 상황이었지만, 이번에는 무너지지 않았다. 선발 유희관이 6이닝 1실점 호투를 펼치며 승리 투수가 됐다. 2년 전 코칭스태프의 실수로 자동 강판됐고, 마지막 7차전에서도 5이닝을 버티지 못했던 아픔을 씻었다.
두산은 1회말 2사 후 민벙현, 김현수의 연속 안타와 양의지의 적시 2루타로 먼저 2점을 뽑았다.
이어 3회말 2사 후 대량 득점이 나왔다. 2사 2루에서 양의지가 볼넷으로 걸어나갔고, 박건우가 1타점 적시타를 쳤다. 오재원의 볼넷에 이어 고영민의 2타점 적시타가 터졌고, 김재호도 적시타를 때렸다. 여기에 삼성 폭투까지 나오면서 대거 5점을 뽑아 승기를 잡았다.
4회초 1점을 내줬지만, 5회말 다시 2점을 내 쐐기를 박았다. 1사 만루에서 허경민의 내야 땅볼로 1점, 정수빈의 적시 2루타로 1점을 추가했다.
9-1로 앞선 7회초 무사 1, 3루에서 유희관 대신 2차전 선발이었던 더스틴 니퍼트를 마운드에 올려 굳히기에 들어갔다. 니퍼트는 내야 땅볼로 1점을 줬지만, 더 이상 실점은 없었다.
두산은 7회말 2사 1, 3루. 정수빈이 삼성 신용운을 상대로 승부를 끝내는 3점 축포를 쏘아올렸다. 8회말에도 1점을 추가했다. 니퍼트가 8회초에 이어 9회초 1사까지 책임졌고, 마무리 이현승이 경기를 매조지었다. 14년 만의 우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