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30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한국시리즈(KS) 4차전에서 3-4 뼈아픈 재역전패를 안았다. 1차전 승리 뒤 내리 3연패를 당했다. 남은 3경기에서 1패라도 안으면 그대로 시즌을 마치게 될 처지에 놓였다.
무엇보다 중심 타자들의 침묵이 뼈아프다. 특히 4번 타자 최형우(32)가 영 제몫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최형우는 이번 KS에서 타율 1할1푼8리(17타수 2안타)에 그쳐 있다. 무엇보다 타점과 득점조차 없다.
이날도 최형우는 승부처에서 허무하게 범타로 물러나는 등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1회 2사 2루 첫 타석에서 3루 땅볼에 그친 최형우는 특히 3-4로 뒤진 6회 타석에서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무사 1, 2루 동점 혹은 역전까지 갈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최형우는 상대 두 번째 투수 노경은의 2구째 직구를 빗맞히며 2루 뜬공으로 물러났다. 최소한 진루타라도 쳤다면 1사 2, 3루 동점으로 갈 수 있던 상황이었다. 결국 삼성은 후속 박석민의 유격수 병살타로 땅을 쳤다. 8회 1사 1루에서도 2루 땅볼에 그치는 등 주자 있을 때 모두 범타에 머물며 3-4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2013 KS 폭탄' 이승엽, 타율 1할대
최형우의 부진은 2년 전 KS 때의 이승엽(39)과 흡사하다. 상대팀이 두산이라는 점과 이들의 부진으로 시리즈에서 벼랑에 몰린 게 공교롭게도 비슷하다. 여기에 류중일 삼성 감독이 끝까지 믿어보겠다고 신뢰를 보내는 점도 같다.
그러나 기대에 달리 2013년의 이승엽은 KS에서 깊은 침묵에 빠졌다. 6차전까지 타율 1할3(23타수 3안타) 1득점에 그쳤다. 특히 2차전 연장 10회말 1사 만루 끝내기 기회와 4차전 0-2로 뒤진 9회 무사 1, 2루에서 모두 내야 땅볼에 머물며 삼성이 4차전까지 1승3패로 몰린 이유가 됐다.
하지만 류 감독은 이승엽을 6번에서 빼지 않았다. "왜 폭탄 발언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후회하면서도 류 감독은 이승엽을 믿었다. 결국 이승엽은 7차전에서 1-2로 뒤진 5회 값진 적시타를 때려내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은 1승3패 뒤 3연승으로 기적처럼 3연패를 일궈냈다.
당시 이승엽은 7차전 뒤 "이번 시리즈의 마지막 기회, 야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다짐했다"면서 "여기서 못 치면 '이승엽은 끝'이라고 마음 먹었다"고 밝혔다. 그런 절박한 심정이 그나마 7차전 동점타로 이어진 것이다.
▲'나믿형믿' 류중일 "4번 최형우 끝까지 믿는다"
2년이 지나 최형우도 상황이 비슷하다. 앞서 언급한 4차전은 물론 1~3차전에서도 최형우는 4번 타자의 자존심을 구겼다. 승부처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순간 타구가 내야조차 빠져나가지 못해 허무함을 더 키웠다.
2차전도 최형우는 1사 2사 2루, 선취점 기회에서 3루 뜬공에 그쳤다. 패배로 기운 마지막 타석에서 이번 KS 첫 안타를 신고한 게 위안거리였다. 3차전도 최형우는 1-0으로 앞선 1회 1사 1루에서 포수 땅볼을 쳤고, 4회 3루 뜬공, 8회 2루 땅볼에 그쳤다. 6회 2사 1루에서 좌익수 쪽 2루타를 쳤지만 타점은 올리지 못했고, 팀은 연패에 빠졌다.
4차전도 아쉬움이 남았다. 올해 타율 3할1푼8리(14위)에 홈런(33개)과 타점 5위(123개)에 걸맞지 않았다. 최형우는 최근 2년 동안 KS에서 타율 3할 이상을 때렸다. 2012년 KS는 타율이 1할3푼6리였으나 2홈런에 9타점을 올려줬다. 그러나 올해는 홈런은커녕 타점과 득점조차 없다.
류중일 감독은 4차전 뒤 "우리 팀 4번 타자를 내가 못 믿으면 누가 믿겠냐"면서 "부진하다고 해서 4번 타자를 뺀다는 것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5차전도 믿고 기용하도록 하겠다"면서 "반드시 이겨서 대구까지 갈 것"이라고 최형우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았다.
2년 전 이승엽은 일단 부족하나마 그 믿음에 부응했다. 과연 최형우가 류 감독의 '나믿형믿'에 보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