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이 지난 2015년 한국시리즈.
노경은은 그 때와 많이 달라졌다. 일단 성적이 나빴다. 어머니까지 돌아가시면서 힘든 시기를 보냈다. 불펜의 고참이지만, 오히려 후배들에게 의지할 정도로 예전과 같은 모습은 사라졌다. 마무리 이현승이 3이닝씩 던지는 것을 보고 스스로 "비참하다"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그 빚을 한 번에 덜어냈다. 마치 2년 전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 투수가 된 노경은을 보는 듯 했다.
노경은은 30일 열린 삼성과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2회초 2사 후 이현호를 구원 등판해 5⅔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두산의 4-3 승리를 이끌었다. 비록 선발은 아니었지만, 2년 만에 맛본 한국시리즈 승리 투수였다.
노경은은 "개인적인 생각은 버티는 싸움이라 생각했다"면서 "경기를 떠나서 삼성은 피가로-차우찬, 우리는 이현호-노경은의 싸움이었다. 누가 더 오래 가느냐가 관건이라 생각했다. 거기에서 승패가 갈릴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고 구속 148km 속구에 뚝 떨어지는 포크볼로 삼성 타선을 잠재웠다. 5⅔이닝 동안 맞은 안타는 고작 2개. 볼넷도 2개만 허용했다.
교체 전 맞았던 야마이코 나바로의 파울 홈런을 제외하면 큰 위기도 없었다. 노경은은 "처음에는 홈런인줄 알았다"면서 "공이 끝에 조금 휘길래 '아 하늘이 도와주는구나, 어머니께서 도와주시는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결국 파울 홈런 후 나바로를 끝까지 상대하지 못하고 교체됐다.
민병헌은 "그 때 경은이형이 바뀐 게 다행"이라고 말했고, 노경은 역시 "나도 같은 생각이다. 힘이 떨어져서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몰랐다. 포크볼은 아직 맞아본 적이 없어서 안전하게 던졌는데 나바로에게 맞고 '난 여기까지인가'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호투 덕분에 말투에서도 여유가 묻어났다.
사실 노경은은 마음 고생이 심했다. 시즌 내내 부진했고,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도 눈에 띄는 활약을 못했다. 오히려 후배들에게 짐을 떠넘기려했다. 그런데 문득 던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역투를 펼쳤다.
노경은은 "함덕주나 애들이 부담이 크다. 그런데 내가 덕주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 그래도 형인데 한 게 너무 없어서 속상했다. 현승이형 혼자 던지는 걸 보는데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현승이형을 덜 힘들게 해주고 싶었다. 마음에 부담을 던 것 같다"면서 "내가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 투수였는데 이러고 앉아있구나 생각에 비참했다. 처음에는 애들에게 기댔다. 어제 경기 후 '아 던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나갈 준비는 돼 있었는데 유독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