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영화의 수상 경력은 화려하다.
스리랑카 출신의 난민들 이야기를 그린 '디판'은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국가로부터 촬영 금지를 당한 감독이 택시를 타고 다니며 찍은 영화 '택시'는 베를린 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이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영화가 그리고 있는 생의 지점이다.
이들은 갱들이 넘쳐나는 곳에 정착하게 되고, 낯설었던 처음과 달리 힘을 합쳐 서로를 지켜 나간다.
흥미로운 것은 세 사람이 보여주는 연대 의식이다.
이들은 각자 다른 사연으로 1차적 전쟁터인 스리랑카를 떠나왔지만 프랑스에서 또 다른 삶의 전쟁을 시작하게 된다. 그 전쟁은 난민에 대한 차별이나 비참한 그 무엇이 아니다. 그저 내면의 트라우마를 가진 세 사람이 숨죽여 살아가는 일상 그 자체다.
처음에 이들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행동한다. 그러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점점 서로에게 기대고 의지하게 된다. 결국 긴장 끝에 찾아 온 위기의 순간, 반군이었던 디판은 '새로운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다시 한 번 총을 잡는다.
우리에게 '난민'은 주로 중동 국가들의 내전으로 나라를 떠난 피해자들로 기억되고 있다. '불행한 집단'으로 대상화된 난민들은 안타깝지만 결코 가까운 존재는 아니다. 영화는 이들을 주체적인 개인으로 조망하고, 꿈의 땅에 정착한 이후의 내밀한 삶을 담아낸다.
영화를 만든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이란 당국으로부터 20년 간 영화 촬영 금지, 해외 출국 금지를 당했다. 그 동안 그가 영화를 통해 세계에 이란 사회의 폐쇄성과 부조리함을 고발해 온 탓이다.
그는 영화 촬영을 포기하지 않고, 택시를 몰아 수많은 승객들을 태운다.
택시 기사 자파르 파나히의 하루 여정은 교사 여성과 노상 강도 남성, 불법 DVD 판매상, 사고가 나서 다친 남편과 혼비백산한 아내, 영화를 만들겠다는 어린 조카, 물고기를 놓아주러 샘에 가는 할머니들, 꽃을 든 인권 변호사 등과 함께 한다.
장미꽃 한 아름을 안고 가는 인권 변호사는 말한다. 감독협회에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자격을 박탈하듯이, 자신도 변호사 협회에서 변호사 자격을 정지시켰다고. 이 변호사는 경기장에 축구를 보러 갔다는 이유만으로 감옥에 갇힌 여성을 면회하러 가는 길이다.
우리는 DVD 판매상에게 몰래 해외 DVD를 사는 젊은 청년에게서, 휴대폰 비디오 촬영으로 유언을 남기는 남편에게서 그리고 인권 변호사가 만나러 가는 죄수의 이야기에서 이란 여성 인권의 문제와 자유 억압의 실태를 엿볼 수 있다.
사회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이들의 노력은 이란 정부에게 금기이자 탄압해야 할 반란으로 간주된다.
영화의 압권은 마지막 장면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온 두 젊은이들은 잠시 비어 있는 감독의 차에 침입해 카메라를 떼어 내고 메모리칩을 찾는다. 감독이 염려한 대로, 그는 당국의 감시를 받고 있었던 것.
출연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영화는 따로 크레딧을 만들지 않았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조카의 교사가 경고한 '추악한 리얼리즘'을 끝까지 지켜낸다. 11월 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