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29일 잠실에서 열린 한국시리즈(KS) 3차전에서 5-1로 이겼다. 그러면서 2승1패로 한 걸음 더 앞서 나갔다. 남은 4경기에서 반타작만 하면 14년 만의 우승을 이뤄낼 수 있다.
곰 군단의 뜨거운 가을야구는 강력한 선발 원투 펀치가 이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완 외국인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4)와 좌완 토종 에이스 장원준(30)이다.
▲니퍼트, 왜 연봉 18억인지 입증
이들은 KBO 리그 선발 투수 중 국내외 최고 몸값 선수들이다. 정규리그만 보면 다소 아쉬움이 있지만 가을야구까지 포함하면 전혀 돈이 아깝지 않을 활약을 보이고 있다.
사실 니퍼트는 정규리그만 보면 연봉 150만 달러(약 18억 원), KBO 리그 최고 외인 몸값에 한참 못 미쳤다. 부상 여파로 6승5패 ERA 5.10에 그쳤다. 지난해까지 최근 4시즌 동안 52승을 거둔 투수답지 않았다. 1승에 3억 원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먼저 1패를 안은 KS 2차전에서도 7이닝 무실점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24⅓이닝 연속 무실점, 단일 PS 신기록까지 세웠다. 무엇보다 팀의 위기를 벗어나게 해주는 천금의 활약이다.
니퍼트가 있기에 두산은 가을야구에서 지금 우승의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정규리그에서 못한 것을 지금 해주고 있다. 정말 이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기뻐한다. 니퍼트도 "정규리그에서 즐기지 못했기에 지금 더 경기에 집중한다"고 강조한다.
▲'84억' 장원준, 후반기 아쉬움 훌훌
장원준도 토종 선발 투수 중에는 최고 몸값이다. 지난 시즌 뒤 두산과 4년 84억 원에 계약했다. 미국에서 돌아온 윤석민(KIA)이 4년 90억 원에 사인하기 전까지 투수 최고액이었다. 그래도 윤성환(삼성)의 4년 80억 원을 훌쩍 넘어선 선발 최고액이다. 올해 윤석민은 마무리로 뛰었다.
정규리그 성적은 몸값에 비해 살짝 아쉬웠다. 12승12패 ERA 4.08로 나쁘지 않았지만 다승 11위, ERA도 12위였다. 다승 3위(17승), ERA 8위(3.76)의 윤성환에 못 미쳤다. 팀내 다승 1위도 유희관(18승)의 차지였다.
하지만 가을야구에서 장원준은 충분히 아쉬움을 씻고도 남음이 있다. PS 4경기에서 3승을 챙겼고 ERA도 2.36에 불과하다. 니퍼트도 평균 7이닝 이상 던졌지만 장원준도 6이닝 이상은 책임져 얇은 불펜의 부담을 덜었다. 특히 KS 3차전은 7⅔이닝 동안 올 시즌 최다인 127개의 공을 뿌리는 투혼을 펼쳤다.
니퍼트와 장원준, 사실상 두산은 이 둘이 나오는 경기는 무조건 이기고 간다고 봐도 무방하다. 둘이 등판한 PS 8경기에서 두산은 7승을 수확했다. 니퍼트가 등판한 4경기 모두 이겼고, 장원준도 4경기에서 3승을 거뒀다. 나머지 1경기도 7이닝 무실점한 NC와 플레이오프(PO) 2차전이다. 다만 장원준이 물러난 뒤 두산이 실점했고, NC 스튜어트의 완투로 1-2로 졌다.
정규리그에서 남은 아쉬움을 PS에서 차고 넘치게 날려버린 두산의 원투 펀치. 과연 14년 만에 팀의 우승까지도 이뤄내 몸값을 톡톡히 해낼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