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 초기까지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이태진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는 30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98.1Mhz)에 출연해 "정부 초기에 검인정 작업 심사가 일단 끝났을 때도 청와대 교문수석실에서 한 부를 가져가서 한 열흘간 검토를 했다"고 증언했다.
이태진 교수는 "그러니까 아주 좌편향 내용을 많이 담고 있는 그런 책은 객관적으로 볼 때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그런 것이 남아 있으면 고치면 되는데 그걸 꼬투리로 해서 제도를 바꾸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새누리당 내에서 '국정화 반대세력이 적화통일을 준비하려는 용공세력'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과 관련 "지금 교과서에 그런 게 나와 있는 것 없다"면서 "지금 제도 자체를 바꾸려하니까 이건 민주주의에 역행한다고 해서 사회적인 반발이 굉장히 심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명박 정부 중반인 2010년 9월부터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9월까지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냈다. 현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의 직전 위원장이다.
또 이 교수는 "단일 교과서가 되면 국가적 입장에서 기술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일본에 대해서 강한 비판을 담아야 하는데 일본이 외교적으로 그것을 문제 삼을 수 있는 그런 우려가 있고 자유롭지 않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특히 "일본에 대해 세게 기술했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냐"는 질문에 이 교수는 "그렇다"며 "일본이 속으로 미소를 지을 수 있다"고 염려했다.
이 교수는 "검인정 교과서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교과서 형태"라며 "어느정도 불만이 있더라도 획일적인 것보다는 다양성이 참 중요하고 그것이 자유민주주의를 키워가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이 교수는 "과거의 예로 볼때 교과서 제작이 정권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며 정권의 입맛에 따라 근현대사 기술이 편향·왜곡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태진 명예교수는 "박근혜 정부는 임기가 2년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국정 교과서에 대해)결과를 검증할 시간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교수는 자신이 이명박 정부 국사편찬위원장 시절 검인정이 8종이나 됐지만 그 안에서 중도 우적인 시각을 많이 담으려 노력했지만 정치적으로 보면 시각에 따라 비판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박근혜 정부도 이명박 정부처럼 새누리당 정권인데 "계승해서 같은 검인정 제도 속에서 이걸 고쳐나가면 좋지 않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국정화로 불필요한 낭비와 소모를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박근혜 정부에 국정화를 재검토할 것을 요청할 의사가 없냐는 취지의 질문에 "아이고. 중이 제 머리 못 깍지 않습니까"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한편 이태진 명예교수는 서울 중구 소공동 한국은행 뒷편에 있는 주차장 건물(옛 대관정터)에 호텔을 짓는다는 방침에 대해 "이적행위"라는 칼럼을 쓴 바 있다.
이 교수는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대관정 건물은 70년대 초반까지도 남아 있던 양식 건물로 대한제국 영빈관이었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는 "일본은 1904년 2월 러일전쟁을 일으키며 대관정을 일본군 사령부로 무단점거했다"며 "당시 이 건물은 황제가 있던 덕수궁(당시 경운궁)을 내려다 봤다"고 비운의 역사를 설명했다.
이 교수는 "대관정은 한일의정서나 제 1차한일협약, 2차협약(을사늑약), 한국병합까지 나라를 빼앗는, 국권을 빼앗는 조약이 이뤄진 곳으로 국권탈취의 사령탑이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대관정은 근대 역사와 관련된 거의 유일한 유적이라며 사적으로 유지하자고 했는데 사기업 소유라며 호텔 허가를 내준 것은 개탄스럽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