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 정권 靑 교문수석이 살핀 후 나온 교과서
- 새누리당 정권 때 검정한 교과서를 갖고 왜..
- 공격하는 이들, 정말 제대로 읽어봤나
- 자유민주주의 역행 얀 돼.. 검정으로 보완
- 국권탈취 사령탑 '대관정' 터에 호텔이라니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 전 국사편찬위원장)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행정 예고 기간이 이제 딱 3일 남았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건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사안이 아닙니다. 그냥 정부가 공표하면 그걸로 끝이죠. 여론수렴 종료일을 사흘 남겨둔 오늘, 저희 뉴스쇼에서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 걸쳐서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분, 어렵게 섭외를 했습니다.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이태진 명예교수, 바로 직전 국사편찬위원장, 직접 연결을 해 보죠. 이 교수님, 안녕하세요.
◆ 이태진>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아마 국정화 얘기 나오면서 여기저기서 연락 많이 받으셨을 텐데, 오늘 첫 방송 출연이시네요.
◆ 이태진> 네.
◇ 김현정>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2010년 9월부터 2013년 9월까지 국편 위원장 하신 거니까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현재 박근혜 정부까지 다 하신 거예요.
◆ 이태진> 그렇군요.
◇ 김현정> 그래서 좀 단도직입적으로 질문을 드리죠. 국사교과서 국정화 교수님은 어떤 입장이신가요?
◆ 이태진> 저는 국정교과서 검인정교과서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검인정교과서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의 교과서 형태입니다. 어느 정도 불만이, 한 입장에서 불만이 있더라도, 획일적인 것보다는 내용의 다양성은 참 중요합니다. 그것이 자유민주주의를 키워가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1종으로 국정화하는 것은 반대다, 이 입장이시네요.
◆ 이태진>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국사편찬위라는 조직을 제가 잘 모르니까 여쭙습니다마는, 국사편찬위가 키를 잡고 한 권을 만든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정권의 입맛, 어떤 정권에 들어서느냐 따라 휘둘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시는 걸까요?
◆ 이태진> 과거의 예로 보면 정권의 영향이라는 건 완전히 배제하기는 쉽지 않죠. 쉽지 않습니다.
◇ 김현정> 쉽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금 계속 정부에서 주장하는 건, 국사편찬위에게 키를 주고 거기다가 다양한 생각을 가진 교수님들을 다양하게 배치시키고 정부는 손 딱 떼겠다, 그래서 올바른 교과서 1권을 딱 만들어내겠다, 이거거든요.
◆ 이태진> 그거 말같이 쉽지 않습니다. 사실 이 정부는 지금 반 남았지 않습니까? 2년여 남은 거 아닙니까.
◇ 김현정> 2년 남았죠.
◆ 이태진> 그러면 만드는 데 2년을 지금 쓰겠다는 거죠. 그 결과에 대해서 검증할 시간이 없습니다. 만들어놓은 걸로 끝나죠. 거기에 여러 가지 부족한 게 있으면 그걸 다시 조정할 시간이 없지 않습니까, 계산으로.
◇ 김현정> 그런데 2년이라는 시간 안에 만들어내겠다는 게 일단 기술적으로 물리적으로 어불성설이라는 말씀이시고.
◆ 이태진> 그런 점이 있습니다.
◇ 김현정> 내용적으로 봤을 때도 정권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올바른 교과서라는 게 쉽지 않다, 이것도 동의하시고요?
◆ 이태진> 네, 그렇습니다.
◆ 이태진> 저는 그런 얘기를 듣고 보면서 너무 섭섭했습니다. 사실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때 한국 근현대사라는 선택과목이 있었습니다. 그 교과서는 금성사 교과서로 사람들이 기억할 줄 압니다마는 굉장히 좌편향돼 있었습니다, 그래서.
◇ 김현정> 교수님 보시기에.
◆ 이태진> MB정부가, 이명박 정부가 그 교과서를 폐지했습니다. 그런데 내용적으로 이걸 MB정부는 적어도 중도 우쪽으로 바꾸자고 해서 제가 그 일을 맡아서 했습니다.
◇ 김현정> 검인정인데도, 8종이나 되는데도, 그 안에 중도우적인 시각을 많이 담으려고 노력하셨다는 거군요, 이미.
◆ 이태진> 방침이 그랬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그걸 가지고 어떻게 좌편향이라고 할 수 있느냐 이 말씀이세요?
◆ 이태진> 그걸 지금 정치적으로 보는 시각에 따라서 물론 거기에 중도쯤에 와 있는 내용 교과서 안에도 뭔가 좌편향의 요소들이 숨어 있을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제 말씀은 지금 같은 새누리당 정권이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나.
◆ 이태진> 계승해서 같은 검인정 제도 속에서 이걸 고쳐나가면 좋지 않느냐는 겁니다.
◇ 김현정> 정말 문제가 있다면 고쳐나가면 되지 왜 국정화로 가느냐.
◆ 이태진> 그래서 여러 가지 좀 낭비가 불필요한 소모를 겪고 있는 거 아닌가 제 생각이 그렇습니다.
◇ 김현정> 국민적 갈등을 괜히 만드는 거 아닌가, 지금 검인정을 잘못했다라고 하시는 분들한테는 그러면 "나는 그렇게 허술하게 검인정한 적 없다, 그런 이상한 교과서, 좌편향 교과서를 만든 적 없다"라고 지금 분명히 말씀하시는 거죠?
◆ 이태진> 네. 지나간 얘기인데, 정부 초기에 검인정 작업 심사가 일단 끝났을 때도 청와대 교문수석실에서 한 부를 가져가서 한 열흘간 검토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아주 좌편향 내용을 많이 담고 있는 그런 책은 객관적으로 볼 때 거의 없다고 봐야 하구요. 만약 그런 것이 남아 있으면 고치면 되는데, 그걸 꼬투리로 해서 제도를 바꾸는 건 저는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새누리당에서. “국정화 반대 세력은 적화통일을 준비하려는 용공세력이다 그리고 북한이 남한 내의 단체와 개인을 통해서 국정화 반기 총궐기투쟁을 지시하고 있다”, 이게 여당 최고위원이 말한 건데요. 어떻게 보세요? 반대하는 사람은 용공세력.
◆ 이태진> 지금 교과서에 그런 게 나와 있는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교과서를 얼마나 읽은지는 모르겠는데. 간혹 현대사 부분에 예컨대 그 북한의 과거의 역사들 있지 않습니까. 그런 기술이 왜 이렇게 많이 돼 있느냐 이런 질문들을 합니다. 그건 선택과목인 근현대사 교과서를 한국사에 통합하면서 그 비율이 높게 돼 있습니다. 그런 점은 있는데. 그런 문제가 있으면 저는 같은 새누리당 정권이 그걸 계승해가지고 고치는 것이 더 빠르지, 지금 제도 자체를 바꾸니까 이건 민주주의에 역행한다고 해서 사회적인 반발이 굉장히 심해지지 않습니까.
◇ 김현정> 왜 이렇게 소모적인 분열, 갈등, 논쟁을 만드느냐, 이 말씀 계속 강조하시는 건데. 일각에서는 우리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일본이 지금 역사왜곡하는 데에 오히려 좀 힘을 실어주는 거 아니냐, 그러니까, 일본의 역사왜곡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에 있어서 좀 움츠러들지 않겠느냐 이런 지적 나옵니다. 어떻게 보세요?
◆ 이태진> 지난번 검인정 교과서 중에 심사할 때 지금 현재 우려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말씀드리는데요. 그 교과서가 일제시대 우리나라를 근대화시켰다는 식민지 근대화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장관 보고 이건 반드시 고쳐야 된다, 그런 얘기를 했는데요. 오히려 지금 단일교과서라는 건 지금 국가적인 입장에서 쓰는 것 아닙니까? 그러면 일본에 대해서도 강한 비판을 담으면 일본이 외교적으로 그걸 또 문제 삼을 수 있는 그럴 우려가 있습니다. 자유롭지가 않아요.
◇ 김현정> 오히려 8종, 다양하게 있으면 일본에 대해서 세게 공격할 수도 있고 어차피 이건 민간에서 만드는 거다, 우리 국가에서 이렇게 말할 명분이 생기지만, 국가가 1종을 직접 국정으로 만들 때는 외교적인 것 고려해서 하고 싶은 말이 일본에 대해 있어도 참게 되고 이렇게 될 수 있다는 거군요.
◆ 이태진> 그럴 우려가 있습니다.
◇ 김현정> 세게 말했을 경우에는 외교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고.
◆ 이태진> 네.
◇ 김현정> 그래서 일본이 반길 수가 있겠군요, 우리 국정화를.
◆ 이태진> 아, 뭐 속으로 미소를 지을 수 있죠.
◇ 김현정> 그것까지는 아마 많이들 생각 못 하셨을 텐데. 그 부분을 또 우려하시는군요, 역사 교수님은. 그럼 결론적으로는 지금 국정화 추진이 전반적으로 현 정부한테 악수가 될 수 있겠는데요.
◆ 이태진> 저는 처음부터 이건 정말 잘못하는구나 좀 비판여론을 받아들여줬으면, 이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 김현정> 사실은 교수님은 이명박 정부부터 활동하셨으니까 편가르기를 굳이 하자면, 굳이 하자면 중도, 보수 이쪽 아니십니까.
◆ 이태진> 네.
◇ 김현정> 그렇죠. 그런 교수님조차도 큰일날 문제다, 막아야 될 문제다, 이렇게 생각하셨단 말이에요? 알겠습니다. 지금 이게 고시일이 다음주면 고시일입니다. 밀고 나가는데.
◆ 이태진> 교과서 그 다 머릿속에 자기가 학교 다닐 때 교과서를 생각하고 있는데요. 그거 하나 만들어지는데 상당히 어렵습니다. 공동집필일 경우에는 더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교수님, 윗분들하고 많이 아시니까. 좀 만나서 이런 얘기를 해 보시죠. 더 토론하자 이렇게 제안 좀 해 보시죠.
◆ 이태진> 아이고, 중이 제 머리 못 깎지 않습니까?
◇ 김현정> 답답해하고 계신 심정이 제가 느껴져서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서울대학교 이태진 명예교수, 직전 국사편찬위원장 만나고 있습니다. 교수님, 오늘 주제는 아닙니다마는 이왕 나오셨으니까 제가 한 가지만 더 여쭐게요. 서울 소공로의 대관정터. 여기가 대한제국 영빈관이었던 곳인데. 지금 이 터를 다 허물고 거기에다가 초고층 호텔을 짓는 안이 얼마전에 통과됐습니다. 제가 이 교수님 쓰신 칼럼 보니까 이걸 두고서 ‘한일 역사전쟁에서 벌인 이적행위다’, 이렇게까지 분개하셨더라고요. 왜 그렇게 보시는 건가요?
◆ 이태진> 대관정이라는 곳이 웨스틴조선호텔 건너편. 한국은행 뒤편이죠. 그 공터 주차장 건물로 쓰던 곳인데요. 주차장으로 쓰던 곳인데. 그곳이 대한제국 영빈관 자리입니다. 그 건물이 70년대 초반까지도 남아 있었어요, 양식 건물이었는데. 이 대한제국 영빈관을 1904년 2월에 일본이 러일전쟁을 일으키면서 일본군 사령부로 썼습니다. 무단 점거입니다. 불법 점거입니다. 그리고 사실은 우리 국민들이 알아야 될 건, 고층 건물이 없던 그 당시에는 덕수궁이, 경운궁이 정식 명칭입니다마는, 대한제국 황제(고종)가 있는 곳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감시했어요. 그러면서 한일의정서니 제1차 한일협약, 2차 협약, 을사늑약이죠. 한국병합까지 이게 나라 빼앗는, 국권을 빼앗는 조약이 국권 탈취의 사령탑이었습니다.
◇ 김현정> 역사적으로 그러니까 굉장히 의미가 있는 곳인데. 지금 그걸 허물고 거기다가 아예 호텔까지 지어버리겠다고 하니까 분개하신 거군요.
◆ 이태진> 네. 당시 역사 유물로는, 지금 서울에 왕궁 유적 외에는 근대사와 관계되는 유적이 별로 없습니다. 그걸 보전하자고 제가 많이 얘기를 했는데. 사기업 소유라고 힘들다 미적미적하더니 갑자기 호텔 얘기가 나오고.
◇ 김현정> 호텔도 짓는다고 국회도 통과해버리고. 그러면 이 자리에 어떻게 하는 게 맞다고 보세요? 어차피 사기업이 가지고 있어서.
◆ 이태진> 저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소유한 기업측에서도 국가를 위해서 국가에 사용권을 넘기고 거기에 대한제국 역사관을 만드는 게 옳습니다.
◇ 김현정> 국가에게 좀 팔아라 이 말씀이시죠? 국가는 좀 사라.
◆ 이태진> 사용권을 넘기는 방법도 있죠.
◇ 김현정> 아예 팔지 않더라도.
◆ 이태진> 네. 아주 모범적인 기부의 모델로 알리고 국가에 대한 기업의 기부를 선양하는 그런 표시를 해 주고, 역사관 이름을 붙일 때도 그 기업 이름을 함께 붙여주고. 그렇게 가야 하구요. 정말 한국이 일본한테 국권을 빼앗긴 역사는요. 제국주의 시대의 일반적인 기준치에서 볼 때 몇 배 높은 강탈입니다.
◇ 김현정> 그렇죠.
◆ 이태진> 이걸 알려줘야죠. 알려주는 자리는 현장 보전이 가장 중요합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교수님, 시간이 길지가 않아서 참 하신 말씀이 많으신데. 다시 한 번 나중에 또 모셔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듣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이태진>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 걸쳐서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바로 직전 국사편찬위원장입니다.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이태진 명예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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