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내야 하나' 고민은 같았지만 성격은 완전히 달랐다. 타자들은 나갈 선수들이 많아 사실 '누구를 빼야 하나'였고, 마운드는 정말 나갈 선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같았다. 방망이나 투수진이나 모두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러면서 삼성은 1승2패로 몰렸다.
▲"감독 생활 최초로 이승엽 뺐다"
이날 삼성은 '국민 타자' 이승엽을 선발 명단에서 제외했다. 류 감독이 "감독 생활하면서 아프지 않은 이승엽을 뺀 것은 처음"이라고 말할 정도로 장고 끝에 내린 결단이었다. 올해 타율 7위(3할3푼2리)의 타자가 빠져야 하는 삼성이었다.
대신 강력한 신인왕 후보 구자욱이 선발 좌익수로 나섰다. 구자욱은 타율 3위(3할4푼9리), 팀내 1위임에도 1, 2차전 선발에서 빠졌다가 비로소 3차전에 나선 것이다. 또한 삼성은 2011년 신인왕 배영섭도 선발 멤버가 아니다. 다른 팀이라면 주전 중견수다.
1, 2차전 9타수 1안타였던 최형우는 4번 지명 타자로 출전했다. 류 감독은 "부진하다고 하지만 팀의 4번을 쉽게 뺄 수는 없다"면서 "타격에 집중하도록 수비를 구자욱에 맡겼다"고 설명했다.
류 감독은 "3차전에서 누구를 빼야 할지 고민이었다"면서 "원래는 박한이를 뺄까 하다 3차전 두산 선발 장원준에 4할 타율(5타수 2안타)이라 넣었고, 이승엽은 2할대(9타수 2안타)라 제외했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행복한 고민이었다.
▲"4차전 선발, 누구로 해야 하노"
하지만 마운드를 생각하면 사정은 다르다. 이날 류 감독은 4차전 선발 투수를 묻자 "내부적으로는 정해졌지만 말하기가 좀 그렇다"고 취재진에게 양해를 구했다. 화끈한 류 감독의 성격상 지난해까지라면 흔쾌히 공개했을 터였다.
삼성의 마운드 사정이 달라진 까닭이다. 삼성은 KS 직전 도박 스캔들에 연루된 17승 투수 윤성환과 홀드왕(37개) 안지만, 구원왕(33개) 임창용을 명단에서 뺐다. 선발과 중간, 마무리의 핵심이 빠진 것이다. 이러다 보니 삼성은 투수진에 큰 구멍이 생겼다.
하지만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이 없다 보니 차우찬이 그 공백을 혼자 메워야 할 형국이 됐다. 더욱이 더블 마무리로 낙점된 심창민이 1, 2차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인 상황. 차우찬을 선발로 돌릴 수가 없게 됐다. 류 감독이 4차전 선발 공개를 꺼린 이유다.
류 감독은 "당초 KS 미디어데이 때는 시리즈를 리드하면 4차전에 정인욱을, 뒤지면 차우찬을 선발로 내겠다고 말했다"면서 "그러나 차우찬을 선발로 쓰면 이후 최소 이틀은 못 나오기 때문에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결국 없어서 고민인 것이다.
▲고민이야 우찌 됐든 이겨야 한다
달랐던 고민은 같은 결과를 낳았다. 이날 삼성 타선은 변화를 줬음에도 2차전과 마찬가지로 단 1득점에 머물렀다.
구자욱은 5타수 2안타에 선제 득점을 기록하며 제몫을 해냈다. 그러나 팀 전체 안타 8개, 두산보다 2개가 많았지만 결정타가 없었다. 특히 6회 2, 3루와 8회 무사 1루, 9회 2사 만루 등 기회에서 침묵했다.
사실 4, 5회 삼성은 '+1' 선발이 나설 상황이었다. 그러나 마운드에 구멍이 난 삼성은 낼 투수가 없었다. 예년이라면 차우찬을 투입해 막았을 테지만 뒤가 불안한 삼성은 그대로 클로이드가 갈 수밖에 없었다. 이후 6회 투입된 심창민은 볼넷 2개와 안타 1개로 1사 만루를 자초했고, 2루수 실책까지 겹쳐 삼성은 뼈아픈 2점을 헌납했다.
류 감독은 경기 전 밝히지 못했던 4차전 선발로 피가로를 예고했다. 1차전에서 3⅓이닝 6실점으로 불안했던 피가로다. 그러나 삼성으로서는 필승 카드다. 류 감독은 "더 이상 밀리면 안 되기에 냈다"고 했다. 사라진 정규리그 구속 5km를 피가로가 되살리느냐가 관건이다.
그러면서 타순에 대해서는 "변화를 줬는데 연결이 잘 되지 않았다"며 "코치진과 상의해 타순을 짜겠다"고 했다. 완전 다른 성격의 고민들이 비슷한 결과를 냈던 3차전, 과연 4차전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