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앉지 못하는
풀잎의 끝
잠자리가 가느다란 풀잎 끝에 내려앉으려 하는데 바람이 불기 때문인지, 자신의 무게 때문인지 몇 번이나 시도해도 좀처럼 내려앉지 못하고 있다. 눈앞의 풍경을 직접 보고 솔직하게 묘사한 시일 수도 있고,어디에서 살아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는 자신의 방황을 암시한 것일 수도 있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 하아쿠를 완성시킨 마쓰오 바쇼. 그는 속세를 초월해 은둔과 여행으로 평생을 살았다. 그는 인간 본래의 눈으로 자연을 바라보며, 인간이 근원적으로 얼마나 고독한 존재인가를 한 줄의 시에 담았다.
하이쿠는 열일곱 자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가장 짧은 정형시이다. 400년 전 일본에서 시작된 하이쿠는 세계의 수많은 문인들이 사랑하는 시가 되었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워스워드와 독일을 대표하는 시인 릴케, 프랑스의 철학자 롤랑 바르트는 하이쿠에 깊은 감명을 받아 서구에 하이쿠를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바쇼 하이쿠 선집>은 그간 국내에서 드물게 발간되어 온 하이쿠 서적의 주요 저자인 류시화 시인이 공들여 해설을 곁들은 바쇼의 대표 하이쿠 모음집이다. 하이쿠를 소개한 앞선 두 권의 책 <한줄도 너무 길다>와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번에는 하이쿠의 성인이라 일컬어지는 마쓰오 바쇼의 작품만을 깊이 있게 다루었다.
이 선집은 하이쿠를 읽기 위해 독학으로 일본어를 공부한 류시화 시인의 오랜 노력의 결정체이다. 류 시인은 바쇼의 삶과 방랑의 궤적을 따라가며 그가 지은 1,100편의 하이쿠 중 대표작 350편을 해설과 함께 실었다.
마쓰오 바쇼 지음/ 류시화 옮김 /열림원/ 420쪽/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