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제3자 뇌물수수를 한 이 전 의원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29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죄질이 무겁고, 3개 기획법인을 통해 거액을 수수했지만 80세의 고령으로 관상동맥협착증 등 건강문제를 감안해 구속기소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은 포스코로부터 군사상 고도제한으로 인한 포항제철소 공장 증축 공사 중단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그 대가로 2009~2010년 자신의 지역사무소장과 친척, 선거운동을 도왔던 지인들에게 포스코의 외주 용역 일감을 주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렇게 해서 이 의원이 챙긴 금액은 26억 원에 달한다.
지난 2009년 12월 이 전 의원의 지역사무소장이던 박모씨가 포스코켐텍 외주업체인 티엠테크를 운영하면서 지난 7월까지 급여와 배당금 명목으로 받은 금액이 12억이다.
또 2010년 7월 사촌동생 등이 N사를 설립해 포항제철소 창고관리 용역을, 2010년 12월에는 지인의 사위가 W사를 설립해 계측관련 용역을 각각 받도록 해 각각 약 9억 원, 5억 원을 최근까지 받아챙기게 했다.
이 전 의원은 올해 초 N사와 W사로부터 자신이 개설한 사무실 운영비를 지원받기로 하고 지난 2월 600만 원을 받기도 했지만, 검찰이 포스코 수사에 착수하자 이를 중단한 것으로 검찰조사결과 드러났다.
이 전 의원이 이같이 포스코 측으로부터 일감 특혜를 받게 된 배경에는 정준양 전 회장의 선임 과정에 강한 입김을 작용한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은 지난 2008년 12월쯤 포스코그룹 회장 선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박태준 포스코그룹 명예회장을 직접 만났다.
이 전 의원의 보좌관이었던 박영준 전 차관도 2008년 11~12월 당시 유력한 회장 후보였던 윤석만 포스코 사장과 정준양 포스코건설 사장, 박태준 명예회장을 차례로 만나 후임 회장 선임을 논의했다.
박 전 차관은 이 과정에서 임기가 1년 남은 이구택 회장에게 사임하고 정준양 사장을 지지할 것으로 요구했다는 것이 관련자들의 진술을 확보한 검찰의 판단이다.
박 전 차관은 당시 정두언 의원이 제기한 권력 사유화의 당사자로 지목돼 2008년 6월 청와대 비서관에서 물러난 민간인 신분이었으며 이듬해 1월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복귀했다.
이처럼 민간인이었던 박 전 차관이 포스코 회장 선임에 관여된 인물을 잇따라 만나며 사실상 '면접'을 본 배경에는 대통령의 친형 이 전 의원이 있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이미 3년 전에도 박 전 차관의 포스코 회장 선임 개입 의혹을 내사해 사실 관계를 파악한 바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지난 2012년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수사를 벌이면서 박 전 차관이 박 명예회장과 정준양, 윤석만 사장 등을 두루 만나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검찰은 인사에 개입할 당시 박 전 차관이 신분이 민간인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해 사법처리가 어렵다고 보고 내사를 더 진행하지는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도 "민영화된 포스코의 회장 선임 개입 자체에 대해서는 범죄 혐의 적용이 어렵다"면서도 "전체적인 스토리텔링이 이어진다"고 연관성에 대해 설명했다.
검찰은 정준양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며, 조만간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과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동양종합건설의 대주주 배성로 영남일보 회장 등 포스코 비리 의혹에 연루된 관련자들을 일괄 기소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