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이번 자사주 소각결정은 삼성전자 상장 이후 최대규모다.
삼성전자는 29일 향후 1년 동안 3~4차례에 걸쳐 자사주 11조3천억원 어치를 매입해 소각처분하기로 결정했다고 전자공시를 통해 밝혔다. 11조3천억을 달러화로 환산하면 100억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다.
◇ 삼성, 10월 30일부터 1차분 4.2조원 매입
삼성은 1차분으로 4.2조원(보통주 223만주, 우선주 124만주)를 매입해 소각하기로 했다. 삼성그룹은 "매입한 주식은 전량 소각, 주주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자사주 매입-소각은 삼성전자의 주가가 회사의 가치 대비 과도하게 저평가되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며, 사상 최대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1회차 자사주 매입 규모를 4.2조원으로 결의하고, 10월 30일부터 3개월간 보통주 223만주와 우선주 124만주를 매입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우선주 비중이 높은 것과 관련해 "1회차 매입에서 우선주 비중을 35%로 하는 배경은 이사회 결의일 전일 기준으로 우선주 주가가 보통주에 비해 22%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어, 우선주 매입 비중을 높임으로써 동일한 금액으로 더 많은 수량의 주식을 소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앞으로도 우선주 주가가 보통주에 비해 10% 이상 낮을 경우, 우선주 매입 비중을 높임으로써 동일한 금액으로 더 많은 주식을 소각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번 소각 결정으로 자사주 소각으로 인한 향후 주당 배당금의 증가 효과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되며, 결과적으로 보통주와 우선주 주주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 삼성측의 설명이다.
◇ 3년간 회사수익의 30~50%25 배당, 자사주 매입에 투입
연간 발생하는 Free Cash Flow의 30~50%를 배당 및 자사주 매입 방식으로 주주환원에 활용하고 향후 3년간은 배당에 중점을 두고 주주환원을 진행하되, 잔여재원 발생 시에는 자사주 매입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입한 자사주는 전량 소각할 예정이다.
아울러 2015년 배당은 내년 1월 이사회 결의 후 발표될 예정이며, 삼성전자는 2016년부터 분기배당 제도의 도입 시행도 검토하고 있다. 삼성은 그동안 반기마다 배당을 해왔다.
삼성전자는 "그 동안 미래성장을 위한 기술 리더십과 안정적 재무구조를 확보하기 위해 매년 200억불 이상의 시설투자와 120억불 이상의 연구개발 투자를 집행하면서도, 장기적 관점에서 주주와 회사 모두의 가치제고를 위한 현금 활용 방안에 대해 고민해 왔다"며 "앞으로도 삼성전자는 일관되고 지속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사업성장 뿐만 아니라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수차례 자사주를 매각해 소각을 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로 소각결정을 내린 것은 처음으로 매우 이례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삼성그룹이 2천년대 들어 그룹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급성장을 거듭해왔지만 주주배당보다는 성장을 위한 투자에 집중하면서 주주 이익에 너무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던 점을 감안할때 이번 소각결정은 이에 대한 대응의 성격이 짙다.
◇ 주주 챙기는 삼성…경영권 승계 사전포석
아울러 삼성그룹 경영 원칙에 커다란 변화를 주겠다는 의도도 읽힌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그룹 경영권 승계를 앞둔 상황이다. 이건희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활동할 때는 삼성그룹이 고도성장기를 구가했고 보다 많은 투자재원이 필요했지만 2013년을 기점으로 휴대전화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삼성의 성장동력도 조정을 받기 시작해 초과이윤의 이용과 관련한 방침의 변화가 불가피해진 측면이 없지 않다.
그 방편으로, 올해 연말부터 기업의 볼륨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할 예정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사주매입을 통한 주주가치제고에 나선 것이다.
통상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할 경우, 전체 주식 숫자가 줄어들어 주당 가치가 상승하게 되고 주주들에게 그 이익이 돌아간다.
쉽게 얘기하자면 삼성전자가 고도성장기에 있을때는 굳이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지 않더라도 성장을 통한 주식가치 제고와 주주가치 제고가 가능했지만 바뀐 환경에서는 인위적인 투자유인 마련이 필요했던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삼성전자 매출 최고치가 200조였던 2013년 3,4분기에는 주주배당이 적더라도 누구도 불만이 없다. 주당 가치가 150만원을 찍을때 주주들이 모두 다 좋다고 했지만 스마트폰을 비롯한 그룹의 주력부분 성장이 둔화되면 주주입장에서 미래전망이 헷갈리고 그러면 불만이 쌓인다"고 말했다.
이런 차원에서 삼성그룹이 미래성장에도 투자하고 주주가치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왔고 그 결과로 나온 조치가 바로 주식매입과 소각 조치라는 것이다.
이와함께, 삼성그룹은 현재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대권 승계라는 중대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이 같은 시점에서 차기 주자로 확실시되는 이재용 부회장의 안정적인 승계도 염두에 둔 조치로 볼 수 있다.
삼성 주변에서는 "삼성전자 주주들이 다음 주자(이재용)를 오케이할 것인가라는 측면에삼성이 주목할 수 밖에 없는데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이 만족해야 한다는 정무적인 관점에서 주주친화정책이 필요한 타이밍에 소각결정이 나왔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