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정상회담 전초전은 무승부…위안부에 성패 달려

박근혜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총리 (자료사진)
한일 양국이 날선 신경전과 우여곡절 끝에 다음달 2일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했지만 결과는 낙관하기 힘들 전망이다.

회담을 불과 나흘 앞두고 일정이 합의될 만큼 양국관계는 이미 싸늘하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간 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며, 2012년 5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총리 간 회담 이후로는 무려 3년5개월여 중단된 상태다.

회담 개최 합의에 이르기까지 최근 며칠간 양국 정부의 태도도 비정상에 가까웠다.

일본 측은 '언론플레이' 등을 통해 2일 회담 개최를 기정사실화 하려 했고 우리 정부는 '회담 개최 제안'이란 아이디어로 맞받아쳤다.

그러자 일본 정부 대변인은 짐짓 '모르쇠'로 일관했고 우리 측은 딴전 부리지 말라는 식으로 대응하며 신경전이 가열됐다.

일단 여기까지의 샅바싸움에서 양측은 서로 비긴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로선 박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개최 자체가 큰 소득이다. 주변국과의 관계 악화에 대한 국내외 비판을 누그러뜨릴 수 있어서다.

물론 오찬이 생략되는 등 의전 측면에서 당초 기대에 미흡할 수 있다. 모양새를 제대로 갖춘 회담을 통해 외교 성과를 과시하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찬 없는 회담'도 아베 총리 입장에서 그리 나쁜 카드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의전과 형식을 떠나 대승적 차원에서 회담에 응했다는 이미지 만들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외교 당국자는 "아베 총리에겐 꽃놀이패였을 수 있다"고 말했다.


따지고 보면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재개에 합의한 순간부터 한일 정상회담은 불가분하게 기정사실이 될 수밖에 없었다.

주최국으로서 손님을 불러놓고 중국과만 회담 하고 일본은 배제하는 것은 외교적 역풍을 불러 아니함만 못한 결과가 될 수 있다.

자칫 '중국 경사론'을 부채질하고 한미일 공조 강화를 원하는 미국에도 나쁜 신호를 주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주최하며 아베 총리에게 '외면 악수'(악수할 때 고개를 돌려 외면함)라는 결례를 범하긴 했지만, 어찌됐든 정상회담에는 응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이처럼 어차피 불가피한 회담이었다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양국 현안에서 실리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정교한 전략이 있어야 했다.

이런 점에서 박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 시간) 미국 방문 중에 한일정상회담 개최를 먼저 언급함으로써 협상력을 떨어뜨린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어디까지나 3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약식 회담'인 한일정상회담의 비중을 필요 이상으로 높여 결과에 대한 부담감을 더욱 키웠다.

다만 우리 정부뿐만 아니라 일본 측으로서도 위안부 문제에 대한 부담을 전혀 덜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회담 개최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와중에 위안부 문제가 더욱 부각된 측면도 있다.

약식 정상회담 한 번으로는 위안부 문제를 면피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또렷해지고 있다.

여기에다 3국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아베 총리와의 중일정상회담 여부도 일본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부분이다.

결국 아베 총리가 이번 방한 기간에 위안부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에 대해 얼마나 전향적 입장을 밝히느냐가 회담 전체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