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에도 여름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으로 욕심은 없이
결코 화내지 않으며 늘 조용히 웃고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과 채소를 조금 먹고
모든 일에 자기 잇속을 따지지 않고
잘 보고 듣고 알고 그래서 잊지 않고
들판 소나무 숲 그늘 아래 작은 초가집에 살고
동쪽에 아픈 아이 있으면 가서 돌보아 주고
서쪽에 지친 어머니 있으면 가서 볏단 지어 날라 주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 있으면 가서 두려워하지 말라 말하고
북쪽에 싸움이나 소송이 있으면 별거 아니니까 그만 두라 말하고
가뭄 들면 눈물 흘리고 냉해 든 여름이면 허둥대며 걷고
모두에게 멍청이라고 불리는
칭찬도 받지 않고 미움도 받지 않는
그러한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일본의 아동문학가 미야자야 겐지의 시 <비에도 지지 않고>가 그림책으로 나왔다. 그는 <은하철도의 밤>, <주문이 많은 요리점>, <첼로 켜는 고슈> 등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는 1896년 이와테 현에서 태어나 1933년 급성 폐렴으로 37살의 나이에 세상을 떴다.
이와테 현은 냉해와 가뭄이 심한 곳이었다. 겐지는 그 시대에 고통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과 공감하며 그 고통을 함께 나누고자 했다.겐지는 농업학교 교사를 하다가 서른한 살쯤 학교를 그만두는데, 그 때 이 시에서처럼 마을 변두리 소나무 숲그늘에 작은 집을 짓고 살았다. 이 시는 겐지의 자화상과 같은 시이다.
미야자와 겐지 시, 야마무라 코지 그림/ 엄혜숙 옮김/ 그림책공작소/ 40쪽/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