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검정교과서 유지, 적화통일 교육하려는 의도"

국정교과서 예비비 44억 편성 내역 제출 요구 거부 등으로 예결위 2차례 정회 등 파행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28일,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고 현행 검인정교과서를 옹호하는 이들의 의도가 북한에 의한 적화통일에 대비해 미리 교육을 시키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해 파문이 예상된다.

이정현 의원은 이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황교안 국무총리를 대상으로 한 질의에서 "저는 도대체 왜 이렇게 좌편향 교육을 기어코 시키려고 우기느냐, 제가 이렇게 생각을 해본다"며 "언젠가는 적화통일이 될 것이고, 북한 체제로 통일이 될 것이고, 그들의 세상이 되게 됐을 때 남한 내에서 어린이들에게 미리 교육을 시키겠다는…(취지로 국정교과서 반대 세력이 이를 주장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질의했다.

이 의원은 또 "이런 불순한 의도가 아니고서 어떻게 이런 교과서를 만들어 가르치려고 하고 그것을 고치자고 하는데 그렇게 온몸을 던져서 정치 생명을 걸고 이것을 지키고 막아내려고 하느냐 그 말이냐"며 "도대체 저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주장에 대해 황교안 총리는 "지금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방향은 역사적 객관적 사실에 입각하고 헌법 가치에 충실한 그런 균형있는 역사교과서를 만들어서 학생들을 교육하자 그것에서 한치도 나가지도 않았고 한치 모자라지도 않다"고 맞장구를 쳤다.

질의 직후 야당 예결위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은 "이 의원이 검정교과서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마치 적화통일을 원하는 사람들처럼 (표현했다)"며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했다"고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특별한 해명 없이 이후 예결특위장을 떠났고, 야당 의원들의 해명 요구와 여당 의원들의 반박 발언이 이어지면서 정회가 선언됐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익표 의원은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사람이 수도권은 60%대고 전국적으로 50%를 넘는데, 마치 이 사람들이 적화통일을 지지하고 준비하는 사람처럼 (묘사) 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며 "인격모독이고 국론분열의 발언"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유성엽 의원도 "이 의원은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국정화 반대 국민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라는 발언을 하고 오늘 또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적화통일을 지지하는 세력으로 몰아붙였다"며 "도저히 있을 수 없다. 이 의원을 불러 발언의 진짜 취지가 뭔지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은 "의원이 동료 의원을 상대로 발언의 해명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말했으며, 이노근 의원은 "극히 일부에 대해 (이 의원이) 말한 것이다. 그런 세력에게 (국정교과서가) 악용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로 (나는)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 생명을 건다'는 이 의원의 언급을 감안하면 이 의원이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을 '적화통일을 지지하고 준비하는 세력'으로 매도한 것이어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예결위는 이날 오전 정부의 자료제출 미흡으로 한 차례 정회되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은 국정교과서 편찬을 위해 정부가 국회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는 예산인 예비비 44억원을 꼼수편성한데 대해 예비비 편성 내역 제출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제출한 전례가 없다'며 버텼다.

오전 회의 정회 뒤 예결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을 찾아가 "예비비 사용내역 중에 기밀 내역이 상당히 있다"며 예비비 편성 내역을 제출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민석 의원은 "특수활동비(특활비) 집행내역을 공개하지 못한다고 했을 때와 토시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다"며 "교육부 예비비 예산이 무슨 특활비고 보안 예산이냐"며 쏘아붙였다.

김 의원은 "정부에 예비비 편성 내역을 제출토록 하겠다"며 회의 재개를 요청했지만 정부는 "10월 12일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발행체제 개선 관련 예비비 44억원을 요구해 13일 국무회의에서 요구내용대로 의결됐고, 예비비는 다음년도 국회에 사용명세서를 제출하도록 규정돼 있다"는 내용의 A4 한 장짜리 해명을 제출하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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