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발암' 햄·소시지 비상…가공육 학교급식 어쩌나?

세계보건기구(WHO)가 소시지나 햄 등 가공육을 담배나 석면처럼 발암물질로 분류한 가운데 27일 서울 한 판매처에 소시지, 햄 등 가공육이 진열되어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햄과 소지지, 핫도그 등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가공육을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면서 학교급식에도 비상이 걸렸다. 교육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협의를 거쳐 대응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26일(현지시간) 소시지, 햄, 핫도그 등 소금에 절이거나 발효, 훈제해 만든 가공육을 담배나 석면처럼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큰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해야 하는 교육당국은 대응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주무부처인 식품의약처와 협의해서 그런 것들(가공육)이 문제가 된다면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전문가 의견수렴 과정 및 농림축산식품부 등과 부처협의를 준비 중"이라며 "어느 정도 의견조율이 이뤄지면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단은 자료수집하고 이야기도 많이 들어야 하고 검토할 것도 많은 상황"이라며 "그런게 쌓인 뒤 기준을 마련할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지 하는 방향성까지도 설정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교육당국은 학교 급식의 큰 원칙만 정해놓고, 각 학교에 식단 편성의 자율성을 주고 있기 때문에 각 학교별 급식시 가공육 사용비율은 천차만별이다.

학교급식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곡류 및 전분류, 채소류 및 과일류, 어육류 및 콩류, 우유 및 유제품 등 다양한 종류의 식품을 사용할 것과 가급적 자연식품과 계절식품을 사용하되, 염분·유지류·단순당류 또는 식품첨가물 등을 과다하게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서울 강남 A고등학교 관계자는 "반찬 중에서 햄·소시지·베이컨 등 가공육 비율이 10~15%에 이른다"고 밝혔다.

서울 B고교 관계자는 "이달 가공육 사용비율은 4.2%에 이르며, 매달 사용량이 비슷하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식단을 결정하는 학교운영위원회 산하 '학교급식소위원회'에는 영양교사(혹은 영양사)와 일반 교사는 물론, 학부모, 경우에 따라서는 학생도 참여하고 있으며, 규정상 1년에 2번 이상 열리도록 돼 있다.

희망먹거리네트워크 박미진 정책위원장은 "가공육의 경우 제조 과정에서 여러가지 첨가물들이 들어가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며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유해성 논란이 있는 것들은 가급적 자제하고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학교 관계자들은 학부모가 참여하는 급식소위에서 식단을 짜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번 WHO 발표로 가공육 사용이 줄어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B고교 관계자는 "급식소위원회에 학부모님들이 참석해서 햄이나 소시지 같은 건 아이들이 좋아하지만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급식 메뉴에서 적게 사용하도록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J고교 영양사는 "가공육은 많이 쓸 수 없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반찬으로 오른다"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인데, 앞으로 메뉴가 굉장히 단조로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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