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악화에 '비밀TF' 의혹까지…'국정화 악재' 與 당혹

"국정화는 재앙" 수도권 비박계 중심 국정화 철회 주장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한 비밀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26일 오전 비밀 TF팀 사무실이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서울 혜화동 정부초청 외국인 장학생회관의 한 사무실에 교육부 쇼핑백이라고 적힌 상자가 놓여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가 이른바 '비밀TF'를 만들어 운영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새누리당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정화 논란이 내년에 치러질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발목을 잡을 것을 우려한 수도권 비박계를 중심으로 국정화 철회 요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 與 '비밀TF' 의혹에 화들짝 놀라 '적극 방어'

26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는 전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제기한 교육부내 국정화 '비밀TF' 의혹을 방어하는데 집중됐다.

김무성 대표는 이 자리에서 "당연히 구성될 수밖에 없는 교육부 안의 TF 근무 현장에 어제 밤부터 국회의원들이 들이닥쳐서 감금하고 그런 작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새정치민주연합을 강하게 비판했다.


원유철 원내대표 역시 "야당 의원들은 교육부 공무원이 정상적으로 일하는 정부청사에 대해서 마치 범죄집단처럼 한밤에 떼로 몰려가 어이없고 황당한 구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서청원, 이인제, 이정현 최고위원과 김정훈 정책위의장, 황진하 사무총장 등이 가세해 이날 최고위원회의는 새정치민주연합 성토장이 됐다.

전날 밤 처음 알려진 의혹과 관련해 새누리당 지도부가 한목소리로 방어에 나선 것은 가뜩이나 국정화 관련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밀TF' 의혹까지 크게 불거질 경우 반대여론이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교문위 소속 한 새누리당 의원은 "야당이 비밀TF 운운하는 것은 그야말로 황당한 얘기"라면서도 "그런데 언론에 대서특필되니까 당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한 비밀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26일 오전 비밀 TF팀 사무실이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서울 혜화동 정부초청 외국인 장학생회관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 등 국회 교문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갈수록 악화되는 국정화 여론…野 '대동단결'

실제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가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0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의견이 41.7%, 반대의견은 52.7%로 나타났다.(자료 : 전국의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전화 임의걸기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0%포인트)

지난 2일 같은 방식의 조사에서 찬성 42.8%, 반대 43.1%, 13일에도 찬성 47.6%, 반대 44.7%로 오차범위 내에서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섰지만 마지막 조사 이후 불과 일주일여 만에 반대 의견이 11%포인트 앞선 것.

또, 한국갤럽이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3일 동안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찬성은 36%, 반대는 47%로 반대 의견이 11%포인트 더 많았다. (자료 :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10명 대상 휴대전화 임의전화걸기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지난 12일 교육부의 국정화 발표 이후 정부와 새누리당 등 여권 전체가 색깔론까지 동원해 대대적인 여론전을 폈지만 오히려 반대여론이 높아진 것으로 여권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동시에 그동안 내부 분열을 거듭하며 지지층 이탈을 자초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이 국정화를 계기로 단일대오를 유지하며 대여 투쟁전선을 구축한 것도 새누리당으로서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 김무성 '자제 촉구', 그래도 커지는 당내 반대목소리

당장 국정화 반대쪽으로 기울고 있는 중도층의 표심이 중요한 수도권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국정화 반대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데 이어 국정화 철회 요구까지 들고 나온 상황이다.

비박계 정두언 의원(서울 서대문구을)은 이날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 여론이 안 좋고, 민심이 굉장히 험악해져가고 있다"고 평가한 뒤 "그래서 지금 야당 입장에서는 완전히 우황청심환"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국정화 추진을 '재앙', '자기모순', '패배주의'라고 표현하며 국정화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과 이재오(서울 은평구을), 김용태 (서울 양천구을) 등이 공개적으로 국정화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으며 그밖에도 상당수 수도권 의원들이 내심 국정화 반대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당내에서부터 국정화 반대 목소리가 외부로 표출되면서 그동안 당내 반대의견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던 김 대표가 나서 자제를 촉구했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뒤 취재진과 만나 "민주정당에서 소수 의원들의 자기소신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서도 "한 번 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하지 않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총선을 불과 6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정화 이슈가 확산되며 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경우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의 한 새누리당 의원은 "청와대와 당 지도부가 강하게 국정화를 밀고 있으니까 현재로서는 반대입장을 공개적으로 말하기가 힘들다"면서도 "하지만 국정화 반대여론이 지금보다 더 커지면 그냥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수도권 의원은 "국정화 철회 얘기가 나오는데 지금 너무 앞서나간 바람에 철회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소프트 파워가 필요한데 지금 지도부가 너무 강성"이라며 국정화 총대를 멘 김 대표와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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