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현수의 올해 포스트시즌 콘셉트는 자폭이다.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오는 동안 늘 "나만 잘 하면 된다"고 말했다. 올해 3할2푼6리를 쳤고, 프로 데뷔 후 7번이나 3할을 넘긴 타자답지 않은 발언이었다.
물론 가을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컸기 때문이다. 2008년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4푼8리에 그쳤고, 2010년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도 1할대 타율에 머물렀다. 올해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역시 2할대 초반으로 주춤했다.
게다가 데뷔 후 세 차례나 한국시리즈에 나섰지만, 아직 우승 경험이 없다.
김현수는 26일 대구구장에서 열리는 삼성과 한국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우승에 대한 욕심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면서 "어렵게 올라왔는데 왔다는 것보다 여기서 어떤 결과가 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2010년은 악몽이었다. 부진해도 너무 부진했던 탓에 벤치를 지키기도 했다. "가을이 되면 작아진다"는 말이 따라다니게 된 이유다.
김현수도 "2010년에는 진짜 자폭을 했다. 나가면 병살타를 치고, 나가면 아웃이 되니까 결국 빼주시더라"면서 "(포스트시즌이면 스트라이크 존이 좁아진다고 하는데) 좁아져도 못 쳤었다"고 멋쩍게 웃었다.
두산은 NC와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5회초 대거 5점을 올리면서 한국시리즈 티켓을 거머쥐었다. 2-2로 맞선 무사 2루에서 허경민에게 번트가 아닌 강공 작전을 내린 것이 주효했다. 이후 민병헌의 볼넷으로 만루가 됐고, 김현수가 2타점 적시 2루타로 승부를 뒤집었다.
김현수는 "번트를 안 댄 것은 감독님 스타일이다. 경민이가 워낙 잘 치고 있었다. 나한테 (찬스가) 와봐야 소용이 없으니까…"라면서 "결승타라도 쳤으니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지금 대표팀에 모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덧 한국시리즈도 네 번째다. 포스트시즌만 18경기를 치른 베테랑이다. 하지만 여전히 큰 무대는 긴장된다. 물론 티를 안 내려는 김현수다.
김현수는 "두근댄다. 그래도 어떤 타석이든 최대한 티를 안 내려고 노력한다. 밖에서 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초구를 치고 그러지만…"이라면서 "플레이오프보다 긴장이 더 되거나 그렇지는 않다. 한 타석을 치고 나면 좀 나아지고는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는 넥센과 준플레이오프에서 2할1푼4리, NC와 플레이오프에서 2할1푼1리에 그쳤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터졌다. 과연 올해 가을에는 활짝 웃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