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턴대 출판부는 지난 22일(현지시각) 자체 누리집에 올린 보도자료에서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 교수의 저서 <위대한 탈출>의 한국어 번역판이 원전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은 채 변경됐으며, (저자의 의도와 달리) 이 책을 명백하게 피게티의 <21세기 자본>에 반하는 위치에 두려는 한국 경제학자 서문이 포함된 채로 출간되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러한 변경과 새로운 서문은 원저자나 프린스턴대 출판부에 의해 사전에 검토되거나 승인된 것이 아니다"고 명시했다.
이 서문은 <피게티 vs 디턴, 불평등을 논하다> 라는 제목이 붙은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의 글을 말한다.
프린스턴대출판부는 <위대한 탈출> 한국어판을 낸 한국경제신문사 계열 출판사 한경BP쪽에 기존 번역본 전량을 회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책이 불평등에 관한 다른 저작들과 대조적으로 읽혀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 한국책의 서문은 새 번역에서 빠져야 한다고 명시했다.
현 원장의 <위대한 탈출> 번역본 서문이 원저작을 왜곡시켰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셈이다. 이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현 원장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주창하는 자유경제원의 수장이자 본인 역시 칼럼 등을 통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주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는 지난 10월 7일자 조선일보에 <'공급자 입맛대로' 좌편향 역사 교과서>라는 칼럼을 실었다. 이 칼럼은 "중·고등학교 교과서는 출판사별로 일관되게 대한민국의 역사를 부정하는 반대한민국 사관을 갖고있다. 좌파적 세계관에 입각애 학생들에게 민중 혁명 교육을 하려는 의도는 노골적이다…이들은 똘똘 뭉쳐 자신들과 다른 상품 즉 대한민국의 성취를 긍정하는 관점에서 기술한 역사 교과서를 몰아냈다. 내용에 대해 거짓 소문을 퍼뜨렸고, 채택한 학교에는 위력을 행사해 선정을 취소토록 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위의 '내용에 대해 거짓 소문을 퍼뜨렸고'는 오히려 현 위원장에게 되돌려줘야 할 말이다.
<위대한 탈출> 왜곡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던 김공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렇게 지적했다.
"서구의 언론에서도 디턴과 피게티를 대비시키는 일은 거의 없다. 오히려 그 둘은 보완관계에 있다고 보는 게 옳다.하여튼 한국경제시문, 그리고 이 신문과 함께 자동연상되는 자유경제원 및 관련된 주요 인사들(현진권 원장, 정규재 논설위원 등)은 다양한 기사, 칼럼, 논설 등에서 자신들의 '자유주의 이념'을 설파하는 데 디턴을 인용하였다. <위대한 탈출>이 '피게티 vs 디턴'이라고 씌인 시뻘건 띠지를 두르고 세상에 나타난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