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안 만나는 게 더 나았어" 노부부의 회한

제20차 남북이산가족상봉 2차 상봉단 (사진=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65년만에 재회한 노부부는 마지막 날 작별상봉에서도 여전히 금슬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작별상봉 시작 때 행사장에 도착한 남측 남편 전규명씨(86)는 이날도 북측 아내 한음전씨(87)에게 “우리 이쁜이”라는 첫 인사를 건넸다.

“우리 둘 다 죽지않고 살아 있으니 이렇게 보고 얼마나 좋아”라는 남편의 말에 아내는 “곧 둘 다 죽갔지 뭐”라고 사투리를 섞어 답했다. “지금 사는 곳이 어디냐”는 질문에도 아내는 “같이 가지도 못하는데 물어서 뭐하느냐”는 퉁명스런 답을 이어갔다.


남편은 “그래도 알아는 놔야지. 개성이지? 하룻밤 같이 자지도 못하고 헤어지네…”라고 한탄했꼬, 아내는 “같이 못가게 하니까…”라고 공감을 표했다.

아내는 남편의 귀에 대고 “이번에 영감 만난다고 하니까 동네사람들이 좋겠다고 하더라”며 “영감 살아서 이렇게 보니 좋아. 보지도 못하고 죽을 거면 내가 왜 산 거야. 원 풀었어”라고 말했다. 남편은 “나도 원 없어”라고 호응했다. “나 시집올 때 기억나느냐”는 아내의 질문에 남편은 “이뻤지. 그러니까 결혼했지”라고 답해줬다.

‘상봉시간 10분 남았다’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노부부는 손을 다시 맞잡았다. 남편은 “걱정하지마. 이제 다시는 못 봐”라고, 아내는 “살아있는 것 알았으니 원 없어. 생일날 미역국 계속 떠놓을게. 걱정말고 잘 가슈”라고 말을 주고받았다. 두 사람은 눈물로 손수건을 적셨다.

행사가 끝나고 북측 아들에게 “복도까지 아버지 모셔다 드리라”고 심부름시킨 아내는, 다시 떠나는 남편의 뒷모습을 끝까지 바라봤다. 아내는 휠체어에 앉은 채 몸을 돌려 뒤돌아보느라 결국 바닥에 넘어졌다.

행사요원들의 부축을 받아 일어선 아내는 버스주차장 내 구급차에 누워있던 남편을 다시 찾아갔다. 누워있는 남편의 손을 잡고 통곡했다. “걱정말라”는 남편에게 “그래도 살아서 한번 만났으니 (원이 없다)…”는 말을 재차 했다.

남편은 “울지말라”고 아내를 달래면서 “차라리 안 만나는 게 더 좋았던 게 아닌가 싶다. 만나지 않았으면 이렇게 금방 헤어지지 않는 건데…”라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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