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헤어질 때 3살이었던 아들 주재은씨(72)는 선친을 비롯해 북녘의 친척들 사진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어머니에게 열심히 설명했다. 어머니는 며느리를 보면 주겠노라며 왼손에 끼고 지내던 금반지를 아들에게 건넸다. “안주셔도 된다”는 아들의 만류에 “안 필요해도 내가 주고싶어. 갖다 버리더라도 갖고 가라”며 끝내 손에 쥐어줬다.
“이제 죽어도 소원이 없다. 고마운 세상이야, 우리 재은이를 만나고…”라며 어머니는 아들의 볼에 수시로 입을 맞췄다. 치매 어머니에게서 자신의 이름을 들은 북측 아들은 “우리 어머니 이제 정상이시네”하며 기뻐했다.
오전 11시30분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던 이들은 주변 다른 가족들이 행사장을 벗어나자 마지못해 자리를 털었다. 아들은 어머니의 휠체어를 펴다가 “어머니 건강하십시오” 한마디를 내뱉은 뒤 한동안 통곡했다.
“장남인 형이 어머니를 모셔야 한다. 나 이제 안모신다”고 남측의 동생이 투정부리며 눈물을 흘리자, 주재은씨는 연신 “알았다”며 동생의 어깨를 토닥였다.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하던 북측 아들이 “어머니 살아계십시오”라고 하직인사를 하자 울음바다가 됐다.
노모는 치매 증세가 다시 왔는지 북측 아들에게 “같이 안 가?”라고 물었다. 아들은 “통일되면 만납시다 어머니”라는 인사를 하면서 눈물만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