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딸 내외를 만난 석병준씨(94)는 75살의 딸에게 연신 “건강하거라”라고 당부했다. 딸이 울음을 그치지 못하자 “울지 말라. 절대 울지말라”고 달래기도 했다. 동반한 남쪽 딸이 “아버지 백수(白壽)하시면 또 언니 만날 수 있어요”라고 말하자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며 “가능해! 난 가능해!”라고 큰소리를 쳤다.
이 모습에 북측 딸은 “가능합니까?”라고 되묻고는 다소 기분이 풀린 듯 미소를 띄우며 “내일 (북한의) 고모한테 가서 (우리 만난 사실을) 전할게요”라고 말했다.
북측 아들과 손자에게 양복 선물을 준비해 갔던 이석주씨(98)는 이날 작별상봉장에서는 자신이 입고 있던 코트를 벗어줬다. 북측 아들은 감기에 걸렸는지 기침을 하고 있었다. 부자의 체격이 비슷해 이제 70살인 북측 아들의 몸에 딱 맞았다.
“아버지 잘 입겠수다”하는 아들의 인사에 아버지는 두르고 있던 체크무늬 목도리도 마저 건넸다. “옷 주니까 좋으냐”는 남쪽 딸의 질문에 이석주씨는 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 130세까지 살아야지, 나는 100살까지 살게”라는 아들의 당부에 “말은 고맙지만 그렇게 될지 모르겠다”던 남측 아버지는 “죽는다는 소리 하지 말아. 다시 만나자고 해야지”라는 핀잔을 다시 들었다. 남측 딸까지 “이제 건강관리 잘하시라”고 거들자, 아버지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오래오래 살아야지”라고 답했다.
‘어렸을 때 약속을 지키겠다’며 북측의 두딸에게 꽃신을 선물한 구상연씨(98)는 각각 71살, 68살인 북측 두딸이 율동하면서 부른 ‘고향의 봄’ 노래 선물을 흐뭇하게 받았다. 두딸은 아버지의 볼에 함께 입을 맞췄다.
작별상봉장의 한 북측 접대원은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여러번 치렀는데 점점 (상봉자들의) 연세가 많아지시는 게 느껴진다. 돌아가시기 전에 이런 행사가 많이 열려야 하는데…”라고 안타까워했다.
지난 20일부터 1차, 2차로 3일씩 나눠 실시된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이 작별상봉을 끝으로 모두 마무리된다. 남측에서 올라간 90가족 254명은 오후 1시30분 금강산을 떠나 남쪽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