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허드렛일 전담하기도.. 성차별
-하루 12시간 업무는 기본, 퇴근도 대중없어
-시급 계산하면 최저임금도 안 돼
-폭언ㆍ폭행 당하는 경우도 있어
<조성주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
-국회 인턴 임금, 9년째 동결된 상태
-여성 인턴에겐 외모 지적하는 경우도
-출신 지역에 따라 차별하고 비하하기도
-인턴 노조 결성, 다른 공공기관이라면 해고됐을 것
-한국식 인턴 가이드라인 만들어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국회 인턴, 조성주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
요즘 청년일자리 문제 정말 심각하죠. 그나마 나오는 대기업과 공공기관 일자리도 인턴인 경우가 많은데요. 열정페이 문제, 심각하다. 사실상의 노동착취다, 이런 비판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국회의원실에서 일하는 인턴들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국회인턴노조를 결정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는데 상황이 어떤 건지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현재 국회의원실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한 분이 어렵게 용기를 냈습니다. 신원보호를 위해서 음성을 변조해서 인터뷰를 진행해 보죠. 인턴 분, 나와계시죠?
◆ 국회 인턴> 안녕하세요.
◇ 김현정> 주로 어떤 일을 한다고 알고 가셨어요?
◆ 국회 인턴> 원래는 들은 말씀으로는 정책과 관련된 연구를 찾아볼 수도 있고 정책에 도움이 되는 일들을 하게 될 것이라고 듣고 들어왔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막상 가보니까 어떤 일을 하게 된 거죠?
◆ 국회 인턴> 일단은 와서 제일 먼저 배운 건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손님들 접대하고 전화를 받고 팩스를 돌리거나 이런 주로 단순한 작업을 위주로 배우게 되었습니다. 남자 인턴은 정책담당이라고 해서 그런 일을 시키지 않고 제가 여자 인턴이기 때문에 그것을 거의 전담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인턴들 사이에서도 성차별도 있었다는 얘기네요.
◆ 국회 인턴>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 사무실 설거지는 완전히 지금 우리 인터뷰하시는 분의 몫이었어요?
◆ 국회 인턴> 거의 그렇고 자기 설거지는 자기가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기본적으로 그곳이 깨끗하게 안 돼 있으면 제가 혼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국회 인턴이라면 정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 방에서 어떤 법을 발의할 건지 그 내용도 알고 그러는 것이 인턴이라고 생각하는데 직무 자체도 정확하지 않고. 제가 가장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근무시간과 급여인데요. 우선 계약서에는 월급이 기본금 120만원이고 시간 외 근로수당이 13만 7760원정도, 그러니까 월 133만 7760원입니다. 실제 근무시간이 저 같은 경우에는 7시에서 7시 반 정도에 출근을 하고 퇴근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저녁 7시 반에서 8시 정도이고. 특별한 일이 생기면 대중이 없습니다. 새벽까지 새거나 하기도 합니다.
◇ 김현정> 그래요. 그렇게 되면 하루에 12시간이 기본이고. 특별한 일이 생기면 그걸 넘기기도 하고. 그런데 그 특별한 일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고. 그렇게 되는 거예요?
◆ 국회 인턴> 국정감사 기간에는 그래도 저는 여자라서 새벽 1시, 2시가 돼서 택시를 타고 집에 들어갔지만 남자 인턴 같은 경우에는 아예 캐리어랑 짐이랑 가지고 와서 그냥 한 달 넘게 숙식을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그러면 토요일, 일요일 제대로 챙겨서 쉬지도 못한다는 의미인가요?
◆ 국회 인턴> 토요일, 일요일에는 제가 전화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사무실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일요일도요?
◆ 국회 인턴> 일요일도 경우에 따라서 월요일에 급한 회의가 했다거나 사안이 있는 경우에는 나와서 근무를 해야 합니다.
◇ 김현정> 그것이 수당으로는 책정이 안 됩니까?
◆ 국회 인턴> 시간 외 근로수당을 13만 7760원, 이게 전부고.
◇ 김현정> 고정?
◆ 국회 인턴> 네, 고정입니다.
◇ 김현정> 아무리 한 달 밤을 새도 고정.
◆ 국회 인턴> 네, 고정입니다.
◇ 김현정> 아까 월급이 120이라고 하셨죠? 그러면 이 정도 일하는데 120. 그러면 이거 시급으로 따지면 이게 얼마나 되는 거죠?
◆ 국회 인턴> 시급으로 따지면 일주일에 한 80시간 정도 일하기 때문에 4500원 정도 되겠네요.
◇ 김현정> 시급이 4500원이면 최저임금으로 법이 정해놓은 시급보다도 낮은 거 아닙니까?
◆ 국회 인턴> 네. 5580원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런 것에 대해서 계약서 쓸 때는 꼼꼼히 항목이 다 적혀 있지 않고 그랬다는 겁니까?
◆ 국회 인턴> 주당 업무시간이나 업무 내용은 적혀 있지 않고 의원실 특성상 변동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시간 외 근로수당은 이렇게 정한다 그런 식으로 써 있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혹시 그것들 외에 어떤 부당한 언사를 당했다든지 이런 일도 있습니까?
◆ 국회 인턴> 일단은 돌아가는 구조를 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자꾸 실수가 나오고 그러면 등을 좀 때리면서 ‘너는 좀 맞으면서 배워야 한다.’ 이런 얘기를 하기도 했고.
◇ 김현정> ‘너는 좀 맞으면서 배워야 된다?’
◆ 국회 인턴> 이게 이제 저한테만 있는 일은 아니고 제가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인턴들끼리 이야기를 하다가 어떤 인턴은 심지어 나는 발로 차는 것도 맞아봤다. 굉장히 자기도 여기에 와서 처음으로 인격적인 모독을 느껴봤는데. 그러니까 좀 참아라, 이런 식으로 위로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 일이 아주 드문 일은 아니라는 얘기네요.
◆ 국회 인턴> 네, 항상 있는 일은 아니겠지만 사무 관계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욕설을 듣기도 합니다.
◇ 김현정> 욕설 같은 건 하지만 이건 인턴한테만 오는 욕설은 아니니까 그냥 그렇게 생각하면서 생각하면서 참으시는군요.
◆ 국회 인턴> 네.
◇ 김현정> 항의를 좀 해 보시지 그러셨어요, 그런 부당한 언사가 있을 때?
◆ 국회 인턴> 제가 그럴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사실 인턴 일이라는 게 언제까지 기간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닙니다. 운이 좋아서 다른 방에 소문이 잘 나서. 얘가 일을 잘 한다거나 이렇게 되면 빈자리가 생기면 9급 비서로 승급을 할 수도 있는 건데. 저 같은 경우에는 그런 게 정해진 것도 아닌데 이분들한테 그런 부당한 언사나 행동에 대해서 ‘저 일하기 힘들었어요.’ 라고 한다고 해서 제 미래에 하등 도움이 될 게 없기 때문에 말씀을 드리기가 좀 어려운 상황입니다.
◇ 김현정> 국회 내에 을 중의 을이네요.
◆ 국회 인턴> 계약서만 있을 뿐 노비다, 이런 얘기를 우스갯소리로 합니다.
◇ 김현정> 계약서만 있을 뿐 우리는 노비다 이런 얘기까지. 알겠습니다. 충격적이네요. 국회에서 청년들 열정페이가 이 정도면, 그러니까 착취가 이 정도면 사회에서는 오죽하겠는가 이런 생각도 동시에 들고요. 국회가 무슨 말을 할 자격이 있겠는가 저는 이런 생각도 드는데 어떠세요?
◆ 국회 인턴> 여기가 그래도 국회이고 공무원들 일하는 곳인데 이렇다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서는 인턴을 쉽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국회에서조차 언제든지 대체 가능한 인력으로 여겨지는 게 인턴인데. 사회에서는 얼마나 더 심할까 저는 그런 생각이 좀 듭니다.
◇ 김현정> 사회에 나가면 어떨까 이런 두려움도 들고. 미안하기도 하고 참 가슴이 아픈데. 오늘 어려운 인터뷰인데 이렇게 응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힘내십시오.
◆ 국회 인턴>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현직 국회의원실 인턴 한 분의 실제 경험담을 들어봤는데요. 여기가 국회입니다. 국회이기 때문에 일반 기업과는 다르리라 모두가 기대했던 거고요. 그래서 실망이 더 클 수밖에 없는 건데요. 전반적인 실태를 들어보죠. 국회 인턴노조결성을 지원한 분이세요.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조성주 소장 연결되어 있습니다. 조 소장님, 안녕하세요.
◆ 조성주>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인턴 문제가 심각하다는 건 알고는 있었지만 국회 인턴까지 이럴 줄은 몰랐는데 이게 사실입니까?
◆ 조성주> 네. 사실이죠. 심각한 수준에 있습니다.
◇ 김현정> 저희가 앞서 들은 인턴 사례가 유독 심한 건가요? 아니면 전반적인 실태 조사가 된 게 있나요?
◆ 조성주> 전반적으로 실태조사는 해봤는데요. 생각보다 좀 심각한 상황에 있다는 점은 맞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조사를 해본 결과 일단은 임금이 9년째 동결돼 있어서 현재 120만원 수준으로 되어 있고요. 지난 9년간 물가인상률에 비하면 거의 비교할 수 없을 정도죠, 동결상태였으니까.
◇ 김현정> 월급 문제.
◆ 조성주> 그 다음에 노동 시간이 생각보다 굉장히 길어요. 하루에 야근을 최소한 3, 4시간은 한다는 얘기니까요. 그 다음에 대부분 하는 업무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봤는데 아주 단순한 업무만 시키면서 실제 인턴이라는 것이 교육훈련이 원래 목적이 엄밀하게는 있는 건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의원실도 있고. 정확히는 인턴이라는 제도 자체가 원래 한국에서는 특정한 어떤 기준이 없기 때문에 개별 의원실마다 또는 직장마다 마음대로 쓰는 경우가 많은 거죠.
◇ 김현정> 조금 더 구체적인 사례는 없나요, 소장님?
◆ 조성주> 이게 저희가 외모에 의한 차별을 많이 받는다, 여성 인턴들 같은 경우에는. 외모에 대한 지적들.
◇ 김현정> 외모에 대한 지적.
◆ 조성주> 그 다음에 이제 성 역할 강요라고 해서 여성이라고 해서 커피를 탄다든지 이런 경우들이 종종 있었다고 답변이 있었고요. 심지어 아주 드문 경우인데. 아직도 이런 게 남아있나 싶은데 출신 지역에 따른 차별이나 약간 비하 이런 경우도 있었다는 제보가 있었어요.
◇ 김현정> 국회에서요? 국회의원실에서?
◆ 조성주> 네.
◇ 김현정> 알겠습니다. 국회 인턴도 이렇다면 다른 데는 오죽할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
◆ 조성주> 훨씬 심하다고 봐야죠.
◇ 김현정> 그래도 국회는 이제 인턴들이 노조를 만들었잖아요.
◆ 조성주> 네.
◇ 김현정> 국회인턴들은 그래도 노조 만들 자유는 있네요.
◆ 조성주> 그렇죠. 아무래도 여론의 눈치를 많이 봐야 되는 공간이니까 그런 게 좀 낫겠다, 이 방식이 차라리 낫겠다라고 판단을 했던 거고요. 다른 공공기관이었으면 노조 만들었으면 아마 바로 해고를 당했겠죠, 인턴들이.
◇ 김현정> 그렇죠. 다른 곳 인턴들은 말씀하신 대로 정말 노조조차 만들 상황도 아닌데 우리 사회 인턴 문제, 어떤 대책이 가능하겠습니까?
◆ 조성주> 사실은 한국사회에서 인턴이라는 제도는 이미 수십 년 동안 단기 계약직으로 이미 자행이 되어 왔어요. 기간제 노동자와 사실 별 차이 없는 단기계약직으로 사용을 하다 보니까 여기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기간, 인턴의 업무, 그 다음에 처우 수준. 이런 것에 대한 사회적인 기준을 정확하게 노동법도 고치고 만들어야 된다고 봅니다. 국회 인턴 문제도 사실은 한국사회에 있는 전체 인턴 문제에서 같이 발생한 거라고 봐야죠.
◇ 김현정> 국회 인턴 문제를 통해서 우리 전체의 전반적인 인턴 이야기 다시 한 번 좀 상기해 봤습니다. 조성주 소장님, 고맙습니다.
◆ 조성주>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조성주 소장까지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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