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오는 27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과 다음달 2일 정부의 행정고시 등 각 기점을 정면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이들 각 단계를 여론전으로 분수령으로 보고, ‘장외 투쟁’을 예고하는 등 공세의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 김무성, "국정교과서 최선 아닌 차선, 대안(代案) 없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국정화가 불가피하다는 방어 논리를 펴는 데 주력했다.
김 대표는 25일 서울 목동운동장에서 열린 이북5도민 체육대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방법(국정화)은 최선의 방법은 아니고 차선의 방법이나, 이 방법이 아니고서는 잘못된 역사 교과서를 바로잡지 못한다"고 말했다.
체육대회 격려사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겨냥해 "아직 집필진도 구성되지 않고 단 한 자도 쓰이지 않은 '올바른 역사교과서'에 대해 '친일을 미화하고 독재를 미화하는 역사교과서를 만든다'고 이렇게 국민을 속여도 된다는 말이냐"며 비판했다.
김 대표는 "교과서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 한 장 나오는데, 우리의 원수 김일성 사진은 세 장 나오는 역사교과서는 이제 없어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현행 검정 체제의 교과서가 '좌편향'이라는 인식을 고수했다.
다만 국정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찬성'을 점차 앞지르고 있는 현상에 대한 반응을 인식한 듯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자들과 오찬 자리에서는 국정화 반대 여론에 대해 "현행 교과서에 문제가 있다는 데 대한 반대가 아니라, 방식이 올바르냐는 이견"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정부가 행정고시를 하면 그만"이라며 "그 이후부터는 논란이 잦아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정화가 내년 4월 총선에서 서울 등 수도권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우려를 일축한 발언이면서, 다음달 11월 2일쯤 예정된 최종 행정 고시까지 국정화를 밀어붙이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한편 김 대표는 "일본이 일제 말기 패색이 짙어지자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다 쏴죽이겠다고 했는데, 우리 아버지(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가 그 1순위였다"며 "우리 부친 이름은 친일 인명사전에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권의 교과서 국정화의 실제 배경이 "박근혜 대통령과 김 대표의 각 부친의 '독재' 혹은 '친일' 행각에 대한 미화 작업”이라는 일각의 비판을 반박한 발언이다.
◇ 문재인,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는 색안경 벗고 교과서 보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정부와 새누리당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색깔론으로 규정하고 맹비난했다.
문 대표는 서울 종로 보신각공원에서 열린 한국사 교과서 체험관 개막식에 참석해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도 제발 색안경을 벗고 오셔서 우리 교과서들을 직접 확인해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여권이 현행 역사교과서를 색안경을 낀 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좌편향' 주장을 펴고 있다는 것으로 색깔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 대표는 "김 대표와의 맞짱 토론도 좋고 원내대표 간 토론도 좋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국회의원들간의 토론도 좋다"며 "다시 한 번 제안한다. 교과서들을 다 펼쳐놓고 공개 토론해보자"고 제안했다.
특히 지난 22일 청와대에서 있었던 '5자 회동'을 거론하며 "대통령과 새누리당 대표들은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색안경을 끼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문 대표는 "저와 노무현 전 대통령, 재심에서 무죄 확정된 부림사건 관계자, 그 관계자에게 무죄선고한 대법원 판사들을 빨갱이라며 빨갛다고 했던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처럼 새빨간 색안경을 단체로 끼고 있었다"고 묘사했다.
이어 "이렇게 새파란 하늘을 빨갛다고 우기니 정상적인 대화가 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은 26일 안중근 의사 의거 106주년 기념일을 맞아 백범기념관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국정화의 '친일' 배경을 강조할 예정이다. 27일에는 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 맞서 광화문에서 장외집회를 열기로 하는 등 전선을 확장하고 있다.
야당은 또 다음 달 2일 정부 고시 이후에도 국정화에 대해 반대하는 여론전을 계속 펼칠 예정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최소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충청권까지는 서명운동 열기가 번질 것으로 본다"며 "현장에서는 서명운동을 하면서 반응이 좋아 모처럼 '손맛을 느낀다'는 얘기들이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