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지난 16일 이후 롯데 계열사 대표들은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경영 현황을 보고하지 못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신 총괄회장은 매일 오후 3~5시 사이 그룹 계열사들로부터 현황 등을 직접 보고 받으며 경영 상황을 파악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난 16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인 롯데호텔 34층 관할권을 주장해 롯데그룹 측과 마찰을 빚으면서 계열사 사장들의 보고에 차질이 빚어졌다.
특히 신 전 부회장 측이 이일민 비서실장(전무)을 해임하고 나승기 비서실장을 새로 임명하면서 '집무실 관할권' 다툼은 '인사' 문제로까지 비화됐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 측 관계자들이 롯데호텔 34층 집무실 관리에 관여하고 이 전무를 해임하면서 이런 사태가 벌어져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열사 사장들이 경영 현황에 대한 보고를 하고 싶어도 신 전 부회장 측이 롯데그룹 직원인 이 전무를 배제해서 보고 일정이나 내용을 상의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반면, 신 전 부회장 측은 열흘 동안 보고를 하지 않은 것이 '잘못된 내용'이며 오히려 롯데그룹 계열사 사장들에게 보고를 지시했는데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신 전 부회장 측 관계자는 "19일 노병용 대표가 와서 관련 경영 현황을 보고 했다"면서 "열흘 동안 보고 받지 않았다는 롯데그룹 측 주장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신 총괄회장이 특정 계열사 사장 이름을 거론하며 보고를 하라고 지시했지만, 계열사 사장들이 올라오지 않았다"면서 "이 전무와 해당 비서실에도 연락을 했지만 이행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아버지의 집무실 관할권을 서로 차지하겠다는 형제들의 싸움에 오히려 아버지가 경영 현황을 보고 받지 못하는 셈이 됐다. 일각에서는 "아버지의 명예회복이나 뜻을 따르겠다고 하던 형제들의 이전투구에 아버지만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됐다"고 자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