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하(땅콩)가 들어간 오리고기락하생찜튀기와 생선깨튀기, 왕새우찜, 고기다진구이즙 등에다 대동강맥주와 인풍포도술, 랭천사이다 등의 음료가 나왔다.
하지만 이를 앞에 둔 남북의 늙은 모자는 한동안 음식을 넘기지 못하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이금석(93) 할머니는 6.25 때 헤어진 북녘의 아들 한송일(74) 씨에게 말없이 밥을 건넸고 한 씨는 연거푸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치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구순 노모는 "기뻐요. 너무 기뻐요"라고 작게 말했고 북녘의 며느리 리미렬(70)씨가 "울지 말라요"라며 위로했다.
칠순을 훌쩍 넘긴 아들은 어머니가 많이 보고 싶었느냐고 묻자 "아휴…"라고 한숨처럼 고개만 크게 끄덕였다.
65년만에 만난 모자는 눈, 코, 입의 생김새가 판박이처럼 닮은데다 표정도 슬퍼보였다.
이번 식사가 마지막이 될 수 있음을 예감하는 듯 상봉의 기쁨보다는 벌써 내일의 먼 이별을 준비하는 듯 했다.
아들은 어머니 접시에 오리고기락하생찜튀기를 잘게 잘라 말없이 올려드렸고 그러다 갑자기 눈물을 왈칵 쏟아내자 노모도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들은 이후로도 행여 또 어머니께 눈물을 보일까봐 내내 고개를 숙인 채 식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