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류중일 감독과 선수들은 큰 문제가 없다며 개의치 않은 표정이었다. 본 행사에 앞선 사전 인터뷰에서 주장 박석민은 "어수선해진 팀 분위기를 어떻게 다잡을 것이냐"는 질문에 "KS 대비 훈련을 해오면서 우리 팀 분위기는 좋다"면서 "영향 받는 거 없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류 감독 역시 "선수 몇 명이 빠졌지만 투수든 야수든 분위기가 아주 좋다"면서 "(정규리그 이후) 3주 동안 준비를 잘 했고 5연패를 하도록 하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불펜의 핵심 선수 2명이 빠진 데 대해서는 "전천후로 쓸 차우찬과 함께 심창민을 더블 마무리 체제로 가려 한다"고 대책을 밝혔다.
하지만 예년과 달리 미묘해진 상황은 어쩔 수 없었다. 관련 질문과 답변이 나올 때마다 어색해지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먼저 박석민은 2013년 맞붙었던 두산과 KS에 올해의 차이를 묻자 "두산은 그때가 조금 더 강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올해 타격은 확실히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투수는…"까지 말하던 박석민은 잠시 말을 멈춘 뒤 "좋은 것 같습니다"고 서둘러 마쳤다.
이에 류 감독도 일단 폭소를 터뜨렸다. 투수진 쪽에 3명이 빠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사회자가 웃은 이유와 보충 설명을 부탁하자 류 감독은 "석민이가 조금 투수 쪽을 말하기 곤란했던 것 같은데 그렇게 넘어가겠다"고 에둘러 말했다.
이어진 문답 중 정곡을 찌른 질문이 나왔다. "오후 5시 KS 명단이 발표되면 수사 대상에 오른 3명이 밝혀지는데 실명을 밝힐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류 감독은 굳은 표정으로 "이름은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잘라 말했다. 순간 기자회견장의 공기는 다소 어색해졌다.(미디어데이 이후 KS 명단이 발표되면서 이들 3명은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으로 밝혀졌다.)
류 감독은 기자회견 마지막 발언으로 "얼마 전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몇몇 선수가 못 뛰게 됐다"면서 "팬들께 정말 죄송하다 말씀드리고 그 보답으로 우승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소 유쾌하게, 여유있게 미디어데이에 나섰던 지난 4년 동안과는 달랐던 삼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