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신 신기고 유품 전하고…' 금강산 개별상봉도 '눈물샘'

2차 상봉에서 우리 측 최고령자는 구상연씨와 구씨가 준비한 꽃신 (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이산가족들은 25일 오전 가족들끼리의 오붓한 개별상봉을 통해 전날 못다 이룬 이야기를 나누고 애틋한 정이 담긴 선물을 주고받았다.

최고령인 남측의 구상연(98)씨는 북녘에 두고 온 딸들을 그리워하며 준비한 꽃신을 백발 할머니가 돼버린 딸들에게 선물했다.

구씨는 6.25때 인민군에 징집돼 황해도 장연군 석장리의 집을 나서며 어린 두 딸에게 예쁜 꽃신을 사주겠다고 한 약속을 65년만에야 지키게 됐다.

구씨의 큰 아들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누나들에게 예쁜 신발과 옷감을 사주라고 얘기를 해서 (꽃신의 사연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전날 첫 상봉 때 울음을 터뜨린 둘째 아들은 "아버님과 누님들이 너무 많이 닮았더라. 처음보다 2차 식사 때 잘해주시더라. 동생동생 하면서… 목소리만 들어도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이번 상봉에는 오지 못한 구씨의 남측 딸은 하루 사이에 목도리를 4개나 손수 떠서 선물로 보냈다.

남측의 이승국(96)씨는 사별한 부인의 유품인 회색 목도리와 가방, 시계를 고인의 남동생 부인 김정옥(86)씨에게 전달했다. 고인의 남동생은 거동이 불편해 그 부인이 대신 상봉장에 나왔다.

평안북도 의주 출신의 고인은 남편 이씨와 마찬가지로 이산가족으로 북녘에 두고온 남동생들을 생전에 매우 그리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의 딸 충옥(61)씨는 "엄마에게 남동생 3명이 있었는데 이름은 임정순, 임중순, 임진순이고 엄마가 이름을 부르면서 북한식('ㅈ'을 'ㄷ'으로 발음)으로 덩순이, 둥순이 했었다. 어느 날 엄마가 '꿈에 덩순이가 보여서 이리 오라 했는데 안 왔다. 덩순이도 하늘나라로 갔나보다'하면서 우셨다. 그러시더니 그 다음날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충옥씨는 "아버지가 유품 전달하고 나서 하늘나라 가서 엄마에게 '내가 이렇게 했노라' 이야기 하고 싶어 하신다"고 덧붙였다.

이번 2차 상봉은 1차 상봉 때에 비해 고령자가 많아 응급사태 발생이 우려됐지만 다행히도 아직까지 별 문제는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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