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오빠!" 금강산 울린 이산가족들의 통곡

2차상봉단 첫날 ‘단체상봉’으로 2박3일 일정 시작

제20차 이산가족상봉 2차 행사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 강원 속초시 한화리조트에 도착한 남측방문단 가족들이 등록을 하기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엄마!"


1972년 서해상에서 조업 중 납북된 어선 오대양호 선원 정건목씨(64)는 24일 남측 어머니 이복순씨(88)를 만나는 순간,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어머니를 모시고 상봉장에 들어선 두 여동생 정매(66)·정향(54)씨도 오빠 품에 안겨 한참을 울었다.

온가족이 통곡하는 동안 정건목씨의 부인, 북측 며느리 박미옥씨(58)는 "고생하는 것 하나 없습니다. 아들 걱정, 오빠 걱정 마십시오"라며 시어머니와 시누이들을 달랬다. 박씨는 시누이들에게 "통일될 때까지 어머니 잘 모셔달라"는 당부도 했다.

노모는 "네가 나이를 먹으니 큰형을 닮았구나"라며 43년만에 재회한 아들의 얼굴을 연신 쓰다듬었다. 아들은 어머니 체온을 간직하려는 듯, 어머니의 손을 꾹꾹 눌러 정성스럽게 안마했다.

남측의 문흥심씨(83·여)도 6·25 때 북한군으로 징집당해 납북된 오빠의 혈육을 만났다. 오빠 문홍주씨(1996년 작고)는 1950년 서울에서 철도고등학교를 다니던 중 붙잡혀갔다고 한다.

북측의 조카이자 문홍주씨의 아들인 문치영씨(48)는 "아버지는 96년 10월에 돌아가셨다"면서 "아버지는 57년도에 제대했고 학력이 높았습니다. 김책공업대학 2기 졸업생으로, 당의 일꾼으로 기술공으로 살다 가셨습니다"라고 전했다.

산가족 2차 상봉 우리측 이산가족 중 최고령자 이석주(98)씨 (사진공동취재단)
아들과 손자를 위해 양복 한 벌씩을 준비한 남측 최고령자 이석주씨(98)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아들을 맞았다. 이씨는 아들 리동욱씨(70)에게 "누나는 없냐(안 왔느냐)?"고 안부를 물어, "나보다 4살이 많은데 운신을 못해 못왔다"는 답에 안타까워했다.

"젊을 때 엄마 사진이에요"라며 아들이 보여준 흑백사진을 보면서는 눈물을 주르륵 쏟아냈다. 이씨는 "내가 스물여덟, 이 사람이 서른 넷에 헤어졌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24일 오후 3시30분부터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진행된 1일차 단체상봉에서, 2차상봉단인 남북의 90가족(남측 254명, 북측 188명)은 재회의 기쁨과 그동안의 이별에 대한 설움을 눈물로 쏟아냈다.

상봉이 시작되자마자 곳곳에서 '아이고'하는 통곡이 이어졌다. 가족들은 옛날 흑백사진을 꺼내들고 과거를 추억하는 한편, 최근 찍은 사진을 서로 보여주면서 안부를 전했다.

이번 2차상봉에서는 납북자 가족이 포함되면서, 북측 당국자들이 취재진을 향해 "상봉을 방해말라"며 제지하는 등 훨씬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양상이었다. 이 탓인지 일부 북측 가족도 인터뷰를 한사코 거부하는 모습이었다.

앞서 이날 오전 9시 속초를 출발한 남측 상봉단은 10시 민통선, 10시53분 군사분계선을 통과해 11시 북측 CIQ(출입국관리소)에 진입했다.

북측 조카를 만나기로 한 이기관씨(81)는 "마음이 울렁거린다. 북한 땅 밟아보고 가족도 만나니 기분이 좋다. 누님이 살아계셨으면 참 좋았을 텐데…"라고 말했다. 이석주씨는 "우리가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면서, 가족을 만나는 데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현실을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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