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4차전에 앞서 김현수는 "관련 기사에 비난 댓글이 너무 많아 아예 나를 욕하는 기사를 꼭 써달라"고 신신당부한 바 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아예 자신을 호되게 비판하는 기사에는 악성 댓글이 달리지 않을 것이라는 의도에서였다. 농담과 진담이 절반쯤 섞였지만 그만큼 마음 고생이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김현수는 "범타로 아웃되면 잠실 1루 쪽에서 홈 팬들의 비난이 장난이 아니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마음이 쓰인다는 뜻이다. 당시 김현수는 3차전까지 11타수 1안타 부진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4차전에서 김현수는 살아났다. 3타수 2안타 2볼넷 1타점 1득점으로 팀의 7-0 완승에 힘을 보탰다. 6회 무사 2루에서 볼넷을 골라내 승기를 잡는 3득점에 일조했고, 7회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1타점 좌중월 2루타를 날렸다.
"비판은커녕 칭찬 기사를 쓸 수밖에 없었다"는 말에 김현수는 "나쁜 기사 말고 좋은 기사만 나와서 다행이네요"라고 미소를 지었다. 데뷔 초창기인 2007, 08년 SK와 한국시리즈(KS) 결정적인 병살타로 욕에는 이골이 났다는 김현수였지만 역시 비판보다는 칭찬 기사가 반가운 게 인지상정이었다. 이날 김현수는 자신에 대한 비판 기사 요청은 없었다.
▲6회 천금의 결승 2타점 2루타-쐐기 득점
KS 진출권이 걸린 최종 5차전에서도 김현수에 대한 비판 기사는 없을 게 분명했다. 이날도 김현수는 팀 4번 타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날 두산은 상대 선발 스튜어트에 초반 고전했다. 잇딴 작전 실패로 3회까지 0-2로 끌려갔다. 2회 1사 1루, 3회 1사 1, 3루에서 각각 양의지와 정수빈이 2루 도루를 시도하다 횡사했다. 3회 1사 3루에서는 김재호의 유격수 땅볼 때 3루 주자 오재원이 홈 쇄도하다 아웃됐다.
끌려가던 두산은 4회부터 반격했다. 2사 뒤 양의지가 스튜어트로부터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1점 홈런을 날린 것.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김현수는 자신의 비판 기사를 달게 받을 상황이었다. 2회 첫 타석 중견수 뜬공, 4회 삼진으로 침묵했다.
하지만 팀의 대반격에 묵직하게 힘을 보탰다. 두산은 5회 정수빈과 정수빈의 2루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무사 만루, 승부를 뒤집을 천금의 기회를 잡았다. 김현수는 세 번째 타석에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스튜어트의 4구째를 받아쳐 우익수 쪽 2루타를 때려낸 것.
주자 2명을 불러들인 역전타였다. 4-2로 앞서며 승부의 추를 단숨에 가져온 한방이었다. 이후 두산은 양의지의 희생타와 이어진 1사 만루에서 오재일의 2루 땅볼로 6-2까지 달아났다. 김현수는 오재일 땅볼 때 쐐기 득점을 올렸다. 두산은 5회만 대거 5점을 뽑으며 승기를 잡았다.
결국 두산이 동점 허용 없이 6-4로 이기면서 김현수의 적시타는 결승타가 됐다. 2년 만에 팀의 KS 진출을 이끈 김현수는 이날도 칭찬 기사와 댓글을 흐뭇하게 읽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