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차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충북 청주시 강내면에 사는 이순규(84) 할머니 모자는 무려 65년 만에 가족을 만나고 돌아왔다.
이 할머니는 꽃다운 스무살에 헤어진 남편 오인세(83)씨를 백발의 할머니가 되어서야 다시 만났다.
결혼 7개월 만에 헤어진 남편을 반 백년 동안 그리다 꿈처럼 이룬 짧은 만남이었지만 할머니는 "죽기 전에 남편이 살아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것만으로도 더이상 여한이 없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번 만남에 남편이 선물한 스카프와 식탁보를 어루만지던 이 할머니는 "살아 생전에 남편을 보게 돼 정말 행복했다"며 "헤어지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라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남북 사이에 평화가 찾아왔으면 좋겠다"며 "우리같은 아픔이 더이상 없었으면 한다"고 한숨을 지었다.
가슴 속에 담아둔 많은 이야기를 모두 꺼내기엔 시간이 너무나도 짧았던 탓이다.
2박 3일 동안 12시간의 시간이 주어졌지만 오 씨는 막상 아버지 앞에서 어떤 말부터 꺼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긴 세월 가슴 깊이 담아 둔 말을 다하지 못한 오 씨는 편지 2장에 못다한 이야기를 담아 전달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오 씨는 "그동안의 세월을 이야기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며 "다시 만날 때까지 아버지가 지금처럼 건강하시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기약도 없이 헤어진 이들에게 또다시 찾아온 기다림의 시간은 고령의 나이 등을 감안할 때 설렘이 아닌 고통으로 자리했다.
이들처럼 가족과의 만남을 꿈에서조차 그리는 도내 이산가족만 무려 6만 6,000여명.
이들은 가슴에 맺힌 한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는 상봉의 시간이 더는 끊기는 일이 없기만을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