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심각한데 당국은 폭탄 돌리기?

2분기 가계부채 상승률 9%대 진입에도 "당장 파장 크지 않다"

(사진=자료사진)
이른바 '좀비기업' 정리 등 기업부채 문제 해결에 열을 올리는 정부가 가계부채 문제는 사실상 방치하면서 그 규모가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현재 정부 발등에 떨어진 불은 기업부채 문제다.

지난달 2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처음으로 심각성을 언급한 이후 정부는 좀비기업 정리 등 기업부채 문제 해결에 부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부실채권 관리 회사인 유암코가 기업구조조정 전담을 위해 확대 개편됐고, 범부처 구조조정 협의체까지 운영된다.


반면 정부는 지난 7월 22일 '종합 관리방안'을 발표할 정도로 중대한 현안이던 가계부채 문제에는 입을 닫고 있다.

기업부채와 달리 가계부채 문제는 우리 경제 전체에 미치는 파장이 당장은 크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 문제가) 국민경제적으로 큰 위해를 당장 가져오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여야를 떠나 한목소리로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지만,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인식은 의원들과는 사뭇 달랐다.

그러나 가계부채 관련 지표는 이미 빨간불을 켜고 있다.

한국은행의 '9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모기지론 양도 포함)은 615조 8000억 원이다.

정부의 종합 관리방안 발표 뒤인 8월과 9월 두 달에만 14조 1000억 원이 늘었다.

같은 기간 은행 기업대출 증가액은 11조 7000억 원에 그쳤다.

역시 한국은행의 '2/4분기 중 가계신용' 자료를 보면 지난 2분기 말 가계신용은 1130조 5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나 급증했다.

2012년 5.2%까지 떨어졌던 가계신용 증가율이 다시 9%대로 상승한 것이다.

명지대학교 경영학과 원승연 교수는 25일 "정권이든 정책 당국자든 자기 때에만 문제가 안 일어나면 되는 거 아니겠냐"고 말했다.

폭발이 임박해 보이는 기업부채 문제는 해결책 마련에 골몰하면서 상대적으로 임계점 도달이 더딘 가계부채 문제는 외면하는 당국의 태도를 꼬집는 얘기다.

정부 당국의 '폭탄 돌리기'가 가계부채의 폭발력만 한껏 키우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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