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김현수, 네 부탁은 들어줄 수 없구나

22일 NC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멀티히트와 쐐기타로 팀 승리를 이끈 두산 주포 김현수.(자료사진=두산)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NC-두산의 플레이오프(PO) 4차전이 열린 22일 잠실구장. 경기 전 두산 주포 김현수(27)는 취재진에게 "꼭 나를 비판하는 기사를 써달라"고 신신당부했다.

포스트시즌(PS) 부진으로 기사 댓글에 팬들의 비난이 하도 많아 차라리 자신을 욕하는 기사를 써달라는 것이었다. 김현수는 "나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기사를 쓰면 오히려 악성 댓글이 달리지 않겠죠?"라며 웃었다.

농담 반 진담 반이었지만 마음고생이 읽히는 대목. 김현수는 2007년과 2008년 SK와 한국시리즈(KS) 승부처 병살타로 이미 팬들의 집중 포화를 받은 바 있다. 이번 PO에서도 김현수는 3차전까지 11타수 1안타에 머물렀다. 타율이 9푼1리에 불과했다. 1차전 1회 1타점 적시타 이후 10타수 연속 무안타다.


그러면서도 김현수는 "욕을 먹어도 좋다"면서 "경기에만 이기면 된다"고 다짐했다. 이어 "김현수를 중심으로 타선이 침체돼 있다"는 김태형 감독의 말을 전해듣더니 "나만 잘 치면 된다"며 각오를 다졌다. 이후 "그래도 비판 기사는 꼭 써달라"고 다시 확인하더니 경기 준비를 위해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멀티히트-볼넷에 7회 쐐기 2루타

어쩌면 김현수의 당부는 반어법이 아니었을까. 절대 비판 기사를 쓰지 말아달라는, 아니 쓸 수 없게끔 만들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실제로 김현수의 부탁은 들어줄 수 없는 것이었다. 4차전에서 드디어 4번 타자로서 제몫을 해냈기 때문이다.

이날 김현수는 첫 타석부터 안타를 뽑아냈다. 2회말 선두 타자로 나서 올 시즌 다승왕(19승) 에릭 해커를 상대로 깨끗한 우중간 안타를 날렸다. 비록 득점하지 못했지만 10타수 연속 침묵을 깬 반가운 안타였다.

4회 볼넷을 얻어낸 김현수는 6회도 귀중한 볼넷을 골라냈다. 선두 3번 타자 민병헌의 2루타로 만들어진 무사 2루에서 김현수는 상대 고의성 짙은 볼넷을 얻어나갔다. 이후 두산은 양의지의 안타, 1사 후 오재원의 2타점 적시타, 고영민의 1타점 적시타로 3점을 뽑았다. 오재원의 안타 때 홈을 밟은 김현수가 대량득점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 셈이었다.

7회는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1사 2루에서 김현수는 상대 바뀐 좌완 임정호로부터 시원한 좌중월 2루타로 2루 주자 허경민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NC가 김현수를 의식해 좌완으로 바꿨는데도 소용이 없었다. 7-0으로 앞서 사실상 승부가 갈린 8회 김현수는 뜬공으로 물러나 이날 처음 출루하지 못했다. 3타수 2안타 2볼넷 1타점 1득점의 활약이었다.

결국 두산은 7-0 완승으로 1승2패 벼랑에서 벗어나며 승부를 24일 최종 5차전으로 몰고 갔다. 2승2패 균형을 맞춘 귀중한 승리에는 김현수의 '멋진 반어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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