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5자회동 제안을 야당이 3자(대통령과 여야 대표)회동으로 역제안하고, 청와대가 이를 거부하고 재차 5자회동을 제안해 야당이 이를 수용하면서 모두 발언 등을 공개하기로 합의했지만 청와대는 회담 당일 오전 ‘모두 발언 공개 불가’를 일방 통보했다.
청와대는 통상 영수회담이나 대통령과 여야대표 회담 때마다 배석했던 대변인 배석도 끝내 거부해 이날 5자회동은 전면 비공개로 진행됐다.
청와대가 대변인 배석과 모두 발언 공개를 거부한 이유는 무엇일까.
청와대는 겉으로는 '산적한 국정과제와 민생현안 해결을 위해 여야 지도부과 기탄없는 논의를 갖기 위해 대변인 배석이나 모두 발언 공개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진짜 속내는 '공개될 가능성 때문에 깊이 있는 대화가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보다는 대변인 배석으로 회담에서 오고 간 내용이 있는 그대로 노출되는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해석된다.
대변인이 배석한다고 해도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대화 테이블에 함께 앉는 것은 아니다. 청와대 내에서 발생한 일들을 기록하기 위해 청와대 기록 담당 비서관들이 회담장 내 따로 마련된 자리에 착석하는 것처럼 대변인도 회담장 안에 들어갈 뿐 테이블에는 앉지 않고 별도로 마련된 장소에서 회동 내용을 기록하는 것이 관례다. 과거에도 영수회담이 끝나면 청와대와 여야 대변인들은 통상 자신들의 한 이야기를 주로 담아 각각 언론브리핑을 해왔다.
야당은 특히 이번 회동에서는 이런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22일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회담은 특히 내용을 국민들께 알리는 게 중요하다. 현재 상식적으로 (국정교과서 등에 대한) 양쪽 입장이 다른 만큼 합의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들에게 양쪽 입장이 무엇인지, 대통령의 생각은 어떤 것인지 알려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청와대가 배석자도 없이 회담을 '밀실 회담'하듯이 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17일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3자 회동 직후 당시 배석했던 김영록 수석대변인이 기자들에게 회동 내용을 자세히 전하면서 박 대통령이 심기를 불편해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당시 김 수석 대변인은 2차례, 모두 2시간 동안 기자들과 브리핑을 하며 당시 내용을 자세히 전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한 관계자는 "회담 후에 그 내용을 상세하게 브리핑하고 그 내용이 언론에 대서특필된 것을 대통령이 언짢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야당이 5자회동 방식을 수용하면서 합의했던 '모두 발언 공개'를 회담 당일 아침 '공개 불가'로 통보한 것도 지난 3월 회담의 ‘트라우마’가 작용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문재인 대표는 공개된 모두 발언을 통해 "그동안 대통령께서 민생을 살리기 위해 노심초사하셨지만 정부의 경제정책은 국민의 삶을 해결하는데 실패했다"며 "이런 식으로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 경제정책을 대전환해서 이제 소득주도 성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면전에서 날선 비판을 한 것이다.
문 대표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공약은 파기됐고 오히려 재벌과 수출대기업 중심의 낡은 성장정책이 이어졌다"며 "그 결과 중산층이 무너지고 양극화가 극심해졌다""고 질타했다. 또 "세수부족을 서민증세로 메우려 하거나 가난한 월급쟁이들의 유리지갑을 털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당시 여권 내부에서 뿐만이 아니라 야권에서도 문 대표의 강경 발언에 적지않게 놀랐다는 후문이다.
그동안 영수회담에서 야당 대표는 '빈손 회담'의 비판을 마주해야 했지만 당시 문 대표가 강경한 공개 모두 발언을 통해 야권의 입장을 대면하면서 야권 결집 효과와 문 대표의 강단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효과를 봤다. 반면 박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질타를 받으면서 면을 구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