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도 "국정화 포기해야"…국정교과서 집필거부키로

서울대 학생들 "국정화 저지 흐름에 동참할 것"

고등학교 한국사 8종 검인정 교과서. 금성출판사, 두산동아, 미래엔, 비상교육, 천재교육, 리베르스쿨, 지학사, 교학사. (사진=홍성일 기자)
서울대 역사학 관련 5개 학과 교수들이 한국사 국정 교과서 집필 거부 대열에 동참하고 나섰다.

서울대 역사교육과를 비롯한 역사 관련 학과 교수 36명은 22일 오전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서울대학교 역사학 관련 학과 교수들의 입장'을 발표해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 교과서 관련 작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국정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지 않음은 물론, 연구·자문·심의 등 일체의 관련 업무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며 "역사교육의 본질에 입각한 성찰적인 대안적 역사교재와 참고자료를 제작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수들은 "바람직한 역사 교육은 학생이 다양한 사료와 방법론, 비판적 사고와 여러 방면으로 열린 역사해석의 가능성에 입각해, 역사 서울이 지닌 의미와 정치적·사회적, 문화적 맥락을 스스로 깨우치도록 돕는 것"이라며 "국정 역사교과서는 역사교육의 본질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역사교육에서 국정 교과서라는 형식 자체가 옳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집권 여당의 대표 등 고위 정치인이 나서서 국정 교과서의 서술 방향과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헌법의 교육이념 및 역사교육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이 이러한 무리와 혼란을 무릅쓰고 국정화를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학자들과 현장의 교사 다수가 반대하고, 시민들의 여론에서도 우위를 누리지 못하는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양사학과 박흥식 교수는 "1970년대 들어 독일 역사교과서에 나치 정권이나 홀로코스트 등에 대한 내용이 많이 담기고 관점도 새롭게 변하기 시작했다"며 정부·여당의 자학사관 주장에 반박했다.

이번 성명에는 5개 학과(국사학과, 동양사학과, 서양사학과, 고고미술학과, 역사교육과) 교수 44명 중 36명이 참석했다.

성명서를 낭독한 국사학과 오수창 교수는 "서명에 동참하지 않은 교수들도 정부의 국정화 추진에 찬성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대 본관 앞에서는 제57대 총학생회를 비롯한 단과 학생회와 개별 학생들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서울대 네트워크' 활동의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문을 열었다.

학생들은 "100만 대학생 서명운동에 함께하고, 범국민대회, 총궐기까지 이어지는 국정화 저지 흐름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화를 반대하는 서울대 모임을 처음 제안한 조인보 학생은 "국정화 문제는 더이상 역사 관련 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생의 문제이고, 국민들의 문제"라며 "국민 합의 없이 국정화를 추진하려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본 착각"이라고 일갈했다.

성명에 동참한 서울대학교 교수 명단
국사학과: 권오영, 김건태, 김인걸, 남동신, 문중양, 오수창, 이상찬, 정용욱, 허수, Milan Hejtmanek

동양사학과: 구범진, 김병준, 김형종, 박수철, 박훈, 이은정, 조성우

서양사학과: 박흥식, 이두갑, 주경철, 최갑수, 한정숙

고고미술사학과: 김장석, 김종일, 이선복, 이주형, 이준정, 장진성, David Wright

역사교육과: 김덕수, 김태웅, 박평식, 서의식, 양호환, 유용태, Ike Susu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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