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가면 언제 보나…" 눈물바다 된 작별상봉장

제20차 이산가족상봉 1회차 이틀째인 21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단체상봉 시간을 갖고 있는 임옥남(오른쪽)-림옥례 자매가 얼마남지 않은 시간을 아쉬워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2일 오전 금강산 면회소에서 진행된 마지막 만남에서 남북의 이산가족은 몇 시간 뒤 맞게 될 이별을 준비했다. 남북의 가족들은 "통일되면 다시 만나자"며 눈물을 훔쳤다.


상봉장에서 북측 고모 김남동(83)씨를 맞은 남측 조카 김옥래씨는 "오늘 밖에 못봐"라며 한숨을 쉬었다. 김남동씨는 남측 오빠 김남규(96)씨 어깨에 기댄 채 눈물만 흘렸다. 또다른 조카 김경란씨는 "나중에 고모 돌아가셔도 (북쪽) 아들이 다시 (남쪽 가족을) 찾을 수 있도록, 예전에 사시던 (남쪽) 주소를 가르쳐 주세요"라고 당부했다.

남측 여동생을 만난 북측 남철순(82·여)씨는 "(먼저 간) 오빠가 너무 불쌍해. 통일되면 가족이 다 같이 큰 집에 모여살자. 이런 불행이 어디 있니 세상에"라면서 분하다는 듯 테이블을 몇차례 내리쳤다. "우리 세대는 끝났어"라는 동생 순옥씨의 한숨에 "세대가 어디 있느냐"면서 "오래 살아야 해. 다시 봐야지"라고 격려했다.

북측 형을 만난 김주철(83)씨도 북측 조카로부터 "통일돼서 다시 만나요"라는 말을 들었다. 김씨의 부인 조정숙(79)씨는 북측 시아주버니 김주성(85)씨에게 "꼭 100세까지 사세요. 저도 남편 잘 간수해서 100살까지 살테니, 꼭 다시 만나요"라고 말했다.

상봉장에서 남측 여동생 박인숙(69)씨는 "업어드릴께요"라며 북측 오빠 박동훈(87)씨를 업는 시늉을 하다 힘에 부쳐 실패했다. 박인숙씨는 이내 오빠를 부퉁켜 안고는 "세살 때 오빠가 저를 많이 업어주셨대요.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대신 업어드리고 싶었는데…"라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북측 아버지 리흥종(88)씨를 만난 남측 딸 이정숙씨(68)는 "이렇게 선물을 많이 가져와도 살림이 괜찮겠느냐"는 아버지의 걱정에 "아버지를 위해서라면 제 목숨도 드릴 수 있어요"라며 눈물을 훔쳤다. 북측 아들 리인경씨는 눈시울이 빨개진 채로 천장 쪽만 바라보면서 눈물을 참는 모습이었다.

1차 상봉단은 이날 오전 작별상봉을 마친 뒤 남북으로 각각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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