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자금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는데 조희팔이 경찰의 수사 정보를 알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2005년 3월부터 다단계 업체 기획실장으로 일했던 김모(41)씨가 지난 2010년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에 따르면 2008년 10월 20일 조희팔은 김씨에게 고철무역 투자 계약을 해지하라고 지시했다.
김씨는 앞서 2008년 6월 조희팔을 대신해 고철무역업자 현모(53)씨와 1, 2차에 걸쳐 760억 원의 투자 계약을 맺은 당사자다.
조희팔이 계약금 회수 지시를 내린 이날은 대구경찰청이 다단계 수사에 착수한 10월 17일의 나흘 뒤다.
김씨는 당시 조사에서 "현씨가 1차 계약분 해지가 불가능하다고 해 위약금 50억 원을 부담하기로 하고 2차만 해약했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해 10월 29일 서울역에서 현씨를 만나 환급금의 일부인 70억 원을 수표로 받아 조희팔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10월 29일은 대구경찰청이 다단계 업체 본사격인 ㈜리젠을 압수수색한 10월 31일의 불과 이틀 전이다.
경찰이 압수수색을 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냐는 물음에 그는 "나는 몰랐다. 당시는 회사가 잘 돌아가는 줄로만 알았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압수수색 다음날 새벽 대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조희팔이 '조금만 기다려라. 월요일(11월 2일경)부터는 회사가 정상화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반신반의했다"고 말했다.
또 "혹 상황이 나빠지면 퇴직금을 주라며 조희팔이 전산실장에게 7천만 원을 줬고 나도 2천만 원을 받았다"며 "회사가 끝이 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구경찰청은 21일 "전직 경찰관 정모(42)씨가 조희팔 일당에게 수사 정보를 유출했다는 중요 참고인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2008년 당시 다단계 전담부서인 대구경찰청 수사2계에서 근무했던 정씨는 조희팔 측근에게서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16일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