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 20일 넥서스5X 16GB 모델을 출고가 47만 5,200원에 내놨다. SK텔레콤이 같은 단말기를 출고가 50만 8,200원에 출시한 것보다 6%가량 저렴한 가격이다.
KT는 지난 14일 아이폰6 출고가를 선제 인하하는 등 최근 가격 경쟁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다.
LG유플러스도 넥서스5X를 하루 늦은 21일 출시하면서 출고가를 KT와 같은 47만 5,200원으로 정했다. SK텔레콤은 최고 공시지원금을 33만원이나 지급하고도 출고가 경쟁에서 밀린 셈이다.
회사별 재원이나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공시지원금과 달리 한 번 정하면 그보다 낮출 수 있어도 높이기는 어려운 출고가는 보수적인 책정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사들이 출시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난 스마트폰의 출고가를 차별화하는 일은 과거에도 종종 있었지만 출시와 동시에 서로 다른 출고가를 제시한 일은 거의 없었다.
스마트폰 출시 첫날 출고가는 마치 이동통신 3사가 미리 담합이나 한 것처럼 똑같은 게 일반적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넥서스5X와 같은 사례는 단통법 시행 후 사실상 처음"이라며 "이동통신사가 스마트폰 제조사와 협상력을 발휘해 새로운 유통 전략을 선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출시와 동시에 이뤄지는 출고가 인하 경쟁이 시장 트렌드로 자리잡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부 이동통신사만 출고가를 달리 책정하는 것을 제조사에서 탐탁지 않아 하기 때문이다.
넥서스5X는 구글이 개발을 주도한 레퍼런스 폰이다. 따라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제조사의 전략 스마트폰보다 이동통신사 재량이 컸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예를 들어 앞으로 갤럭시S7이나 G5가 출시될 때 비슷한 출고가 차별화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동통신사가 자사 재원을 공시지원금 인상 대신 출고가 인하에 쓰려고 해도 제조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KT와 LG유플러스가 예외적으로 재량을 발휘해 넥서스5X 출고가를 차별화한 특수 케이스"라며 "스마트폰 출고가의 민얼굴이 드러난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