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상견례 성격이었던 2013년 4월 12일 민주통합당(현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와의 만찬을 제외하면 같은 해 9월 16일, 지난해 7월 10일, 10월 29일, 올해 3월 17일까지 모두 네 차례 야당 대표 또는 원내지도부와 머리를 맞댔다.
박 대통령은 왜 이번 회동을 제안했는지, 그리고 결과는 어떻게 될지, 지난 세 차례 회동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보면서 답을 찾아본다.
◇ 형식 및 성사 과정
이번 5차 회동은 박 대통령과 김무성·문재인 여야 대표, 원유철·이종걸 원내대표가 참석하는 5자회동이다. 앞선 회동에서는 지난해 2, 3차가 5자회동이었다.
1, 4차 회동은 각각 황우여·김한길, 김무성·문재인 여야 대표가 참석한 영수회담, 즉 3자회동이었다. 당시에도 박 대통령은 5자회동을 주장했지만 3자회동을 받아들였다.
먼저 회동을 제의한 것은 1, 4차의 경우 야당 대표였고 5차는 박 대통령이다. 2차 회동은 박 대통령과 이완구·박영선 여야 원내대표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위한 국빈만찬장에서 만나서 합의했었고 3차는 박 대통령이 예산안 시정연설차 국회를 방문해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우윤근 원내대표를 여당 지도부와 1시간 동안 만났다.
다.
◇ 정치적 배경
회동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배경을 살펴보면 회동의 목적을 알 수 있는데 앞선 회동들은 모두 그 배경이 사뭇 달랐다.
1차 회동 당시 정국은 최악 그 자체였다. 2012년 18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터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과 NLL 대화록 공개, 국정원 사건을 수사 중인 채동욱 검찰총장 찍어내기 로 여야는 험악한 대치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다.
당시 민주당은 국정원 개혁 등을 요구하며 김한길 대표의 천막 노숙투쟁 등 장외투쟁에 돌입해 정기국회는 파행을 겪고 있었다. 여야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대치 중인 이번 회동과 비슷한 상황이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날이 서있었다. 집권 1년차 국정 수행을 위한 국회 정상화를 위해서는 박 대통령과 야당 모두 돌파구가 필요했다.
3차는 여야 정치권에서 싹트기 시작한 '개헌' 논의에 박 대통령이 직접 비판하고 나서면서 회동에서도 개헌 문제로 신경전이 벌어졌다.
그러나 2차와 4차는 성격이 조금 달랐다. 두 회동 모두 ‘소통’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2차는 유일하게 박 대통령이 더 아쉬웠던 회동이었다. 박 대통령은 그해 4월 16일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와 이후 총리 후보자의 연쇄 낙마 등으로 지지율이 70%대에서 40%대로 추락하는 난관에 봉착해있었고 2기 내각 구성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의 처리를 위해 야당의 협조가 절실했던 시기였다.
4차는 문재인 대표가 취임한 지 한 달여만에 열린 회동으로 대선 라이벌과의 만남으로 불통 이미지를 벗고 집권 3년차의 국정동력을 얻겠다는 플러스 효과를 노린 회동이었다.
살얼음 정국 속에서 추석을 앞두고 만난 1차 회동은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소득은 커녕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영수회담을 가졌지만 박 대통령과 김한길 대표는 냉랭한 분위기 속에 모든 사안에서 충돌했고 박 대통령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한 사과 및 책임자 처벌 요구 등 김 대표의 7가지 요구를 모두 거부했다. 당연히 합의문은 없었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서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공격했고 정국은 더욱 경색돼갔다. 하지만 민심은 2013년 10.30 재보선에서 2곳 모두를 여당에게 주면서 박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2차와 4차는 소통에 무게가 실렸던 만큼 회동 분위기도 좋았고 결과물도 있었다. 박 대통령은 박영선 원내대표와는 선물도 주고 받으며 꼼꼼히 발언을 메모했고 문재인 대표와는 경제살리기 100분 토론을 벌였다. 각각 세월호특별법 처리, 공무원연금개혁 공감 등의 합의도 나왔다.
그러나 그 이득은 박 대통령이 모두 챙겨갔다. 2차 회동 이후 7.30 재보선에선 11대4로 여당이 압승했고 4차 회동 이후 4.29 재보선에선 여당이 4석을 모두 휩쓸며 야당에 참패를 안겼다.
◇ 4차 회동은?
5차 회동은 1차 회동과 비슷한 상황에서 열린다. 야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최우선 의제로 삼고 있지만 청와대는 언급하지 않고 기타 의제라고 표현했다.
김한길 대표의 국정원 대선개입 관련 사과 요구를 “지난 정부일인데 무리”라고 일축했던 것처럼 박 대통령은 이번에도 비슷한 태도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야권 관계자는 “공개 발언에서 요구를 전달하더라도 비공개가 되면 대통령과 격한 설전을 주고받기는 힘들다”면서 “과거 회동처럼 박 대통령의 페이스에 말려들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 점을 우려해 새정치연합 대책회의에서도 “박 대통령이 하고 싶은 얘기만 할 수 있다“면서 ”사전조율 단계에서 얘기가 잘되지 않으면 안가는 것이 낫다“는 의견들도 나왔다. 이는 3자회동 역제안으로 나타났고 회동 전날인 21일에는 대변인 배석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새정치연합이 밀고당기기를 하기도 했다.
앞서 세 차례 회동 이후 국회의원 재보선이 있었던 것처럼 이번에는 총선이 기다리고 있다. 박 대통령이 국정화와 관련해 야당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설득을 했다는 명분을 쌓게될지, 야당 지도부가 고시, 예비비 편성 등 착착 진행중인 국장화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앞서 세 차례 재보선을 모두 승리한 선거의 여왕이 내년 4월 총선은 어떻게 치를지도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