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은정차' 마시고 '폭탄주'는 안 마셔

이산상봉 행사에서 차이 나타난 남북 식생활문화

20일 강원도 고성 금강산에서 열린 제20차 남북이산가족상봉 우리측주최 환영만찬에서 북측에서 온 아버지 채훈식(88)씨가 남측가족들과 건배를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산가족 1차 상봉행사 이틀째인 21일 낮 북측이 마련한 공동중식 행사에서는 북한 고유의 음식이 등장했다. 전날 남측이 주최한 환영만찬을 포함해 두번의 식사에서 북측은 독특한 식생활 문화를 내비쳤다.

이날 금강산호텔 2층에서 진행된 공동중식에서 제공된 흰색 메뉴판에는 파란색 붓글씨체로 다소 생경한 음식들이 나열됐다.

크림과자, 남새합성, 배추통김치, 색찰떡, 닭편구이, 청포종합랭채, 밥조개마요네즈무침, 잣죽, 소고기흰쏘스곰, 생선락하생튀기, 버섯고기완자볶음, 볶음밥, 닭고기완자맑은국, 과일사탕졸임, 은정차 등이다.

남새합성이란 모듬(합성)채소를, 소고기흰쏘스곰이란 쇠고기에 흰 소스를 얹은 찜(곰)을, 생선락하생튀기란 생선에 땅콩(락하생)을 첨가한 튀김(튀기), 과일사탕졸임은 과일을 설탕(사탕)에 졸인 간식거리를 각각 의미한다는 것을 단어의 뜻을 헤아려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은정차’의 경우는 쉽사리 뜻이 파악되지 않는다. 북측 여성 안내원은 이에 대해 “원래 녹차인데 원수님께서 은혜로 돌려주셔서 은정차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1년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에 따르면, 황해남도 강령군과 강원도 고성군에서 재배된 녹차·홍차는 김일성 주석의 은덕을 기리기 위해 은정차로 불린다.


1982년 중국 산동성을 방문한 김 주석이 현지에서 차가 재배되는 것을 확인하고, 동일 위도선상에 있는 강령군·고성군에 차 재배를 지시한 게 은정차의 유래로 설명돼 있다. 은정차로 명명된 시점은 2000년이다.

공동중식 테이블에는 들쭉술, 대동강맥주, 배향단물, 금강산샘물, 인풍포도술 등 음료도 구비됐다. 이 가운데 이름이 다소 난해한 배향단물은 ‘배맛 주스’를 뜻한다.

여성 안내원은 전날 남측이 주최한 환영만찬 테이블에 올랐던 콜라와 배향단물을 비교했다. 그는 “북측은 북에서 나는 고유의 맛으로 대접한다”며 “(남측 음식은) 자연의 맛이 아니라 첨가물이 많다. 그게 처음에는 모를 수 있으나 건강에 안 좋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날 만찬 때 남측이 제공한 과일 일부도 북측 가족에게는 ‘생소한 물건’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만찬 때 삼촌 리흥종씨를 만난 남측 조카 이인경씨는 “북측 가족들이 무화과와 귤을 처음본다고 했다. 귤이 북에서는 아예 나지 않아 (접할 기회가 없다보니) 껍질채 먹으려 했다”고 전했다.

한편 북측은 남측에서 횡행하고 있는 폭탄주 문화에 딱히 공감하지 않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전날 만찬 과정에서 기자라고 신분을 밝힌 북측 인사들은 합석한 남측 취재진과의 식사 도중 남측이 건넨 폭탄주에 대해 “우리는 맥주와 독주를 섞어 마시지 않는다”면서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