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지운 '고조선'의 모든 역사를 되살리다

대한한국의 역사는 고조선(단군조선)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고조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서기전 2333년에 단군왕검이 건국했다고 '삼국유사' 등의 사료에 나와 있는 고대 국가이고 한사군의 설치로 기원전 108년에 멸망했다는 정도가 전부 아닐까?

심지어 역사가 아니라 신화로 보는 시각까지 존재한다.

그러나 여기, 2천 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존재했던, 우리 역사의 뿌리인 고대 국가 고조선을 문헌 사료를 통해 고증 복원하여 한국 고대사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젖힌 학자가 있다.

단국대 명예교수 윤내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1980년대에 하버드대학에 갔다가 발견한 고조선 관련 중국과 북한의 방대한 자료는 한 영민한 학자의 역사관을 뒤흔들고 한국 고대사의 그릇된 고정관점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고조선이라는 고대의 제국이 실존했음을 말없이 증언하는 문헌 사료를 펼쳐보고 전율한 학자는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자료를 토대로 한민족 최초의 고대 국가의 존재와 우리 민족의 뿌리를 증명하는 대대적인 연구, 집필 작업을 시작했다.

그 결과물을 집대성한 책이 한국 고대사 분야의 불후의 명저로 일컬어지는 '고조선 연구'였다. 1990년대에 출간되어 고대사에 대한 정보에 목말라하던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과 고대사 학계에서 격렬한 논란을 함께 불러일으켰던 '고조선 연구'가 새로이 단장하고 21세기 새로운 독자들을 만날 채비를 마쳤다.


고조선을 심도 깊게 연구하여 한국 고대사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연 역사학자답게 지은이는 고조선에 대한 후세의 홀대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는 머리말로 말문을 연다.

"한민족의 자존심이 이어진" 고려시대까지만 해도 고조선은 우리 민족의 의식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었던 듯하나 "유가의 세계 질서를 선택했던 근세조선에서는 고조선에 대한 의식이 약화되기 시작"했으며, 일제 강점기 때 일제는 "고조선은 물론 기자조선까지 부인함으로써 한국 고대사를 말살"해버렸다는 것이다.

그런 우려는 곧 역사에 대한 위기의식으로 이어지고, 지은이는 역사학자로서 오롯이 사료에만 근거하여 정직하고 올곧은 서술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설파한다.

개정판 '고조선 연구'는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편집하여 상·하, 두 권으로 나뉘었다.

이번에 출간된 상권은 '서장'과 '총론'으로, 그리고 근간 예정인 하권은 '각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장에서 저자는 고조선 연구의 필요성과 연구 방법을 개략적으로 설명하면서 특히 관련 역사서와 고고학 자료에 대해 역사학자가 갖춰야 할 객관성과 가치판단을 당부한다.

말하자면 고조선을 바라보는 '편견 없는 열린 시각'과 고조선을 대할 때의 '과학적 태도'를 주문한 것이다.

이어지는 제1편 총론에서는 고대 조선의 지리와 개념을 먼저 살피고 고조선의 건국과 민족 형성, 고조선의 강역과 국경, 고조선의 연대와 중심지, 한사군의 위치 순으로 논지를 전개한다.

그야말로 '고조선의 모든 것'을 망라한 방대한 내용이 아닐 수 없다.

'고조선 연구'는 살아 숨 쉬는 고조선, 잊혀지고 지워진 단군, 일제에 의해 훼손되고 폄훼당해 만신창이가 되었던 우리 민족의 고대사를 당당히 복원하여 우리 앞에 생생하게 펼쳐놓는다.

한사군 한반도설 등 기존의 학설들을 무너뜨린 명쾌한 논리와 과학적이고 역사적인 근거, 그리고 논리적 추론으로 고조선을 오늘에 되살린 이 역작은 역사를 바로세우는 데 꼭 필요한 중요한 학술서인 동시에 고조선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미래 세대의 독자들에게 고대사 공부의 훌륭한 자양분이 되어줄 것이다.

윤내현 저/만권당 간/552 쪽/3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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