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 이산가족들은 이날 오후 2시50분쯤 이산가족면회소에 먼저 들어와 기대와 긴장속에 북측 가족들이 들어올 입구를 쳐다보면서 기다리다 북측 가족들이 입장하자 면회소 테이블 곳곳에는 울음이 터졌다.
북측의 남편인 오인세(83)씨를 상봉하는 남측의 부인 이순규(85)씨는 65년만에 꿈에 그리던 남편을 만나 소녀마냥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오씨는 할머니가 된 부인의 손을 잡으면서 "전쟁때문에 그래, 할매 나는, 나는 말이야 고생도 하고 아무것도 몰랐단 말이야" 하면서 부인을 위로했다.
아들 오장균(65)씨는 아버지를 보면서 "아버님있는 자식으로 당당하게 살았습니다"라며 "살아주셔서 고맙습니다"고 큰소리로 외쳤다.
며느리 이옥란 씨는 시부모의 결혼 사진을 갖고 나와 "아버님 기억나세요?"라고 물으면서 옛 기억을 되살리게 했다.
60여년 동안 기다린 부인 이씨는 채씨가 북측의 며느리 강미영씨와 함께 나타나자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아들은 "아버지 제가 아들입니다"하면서 오열했고 아버지 채씨도 아들을 껴안고 5분여동안 어깨를 들썩였다.
채씨는 아들 희양 씨에게 "너희 어머니가 나 없이 혼자서 가정을 책임지고… 아버지를 이해해 다오, 나는 어머니에게는…"이라고 하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채씨는 부인에게 미안한 듯 "나는 10년을 혼자 있다가 통일이 언제될지 몰라서…"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리씨는 딸 정숙씨를 보자 눈가가 더 붉어지면서 입술까지 떨었고 리씨와 함께온 맏아들 리인경 씨는 이정숙씨의 꼭잡은 손을 한동안 놓지 않았다.
북측의 리옥관(86)씨는 남측의 동생 이옥봉(77)씨와 조카 이정운씨 등을 만났다.
남측 동생 옥봉씨는 눈물을 흘리면서 "형님이 돌아가신줄 알았소"라고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박씨는 북측 누나에게 줄 선물 보따리에서 가져온 선물을 하나씩 꺼내며 얘기했다.
바셀린을 꺼내들고 "손 튼거 바르고, 뼈마디 아플때 발라요", 비타민을 꺼내고는 "하루 한알씩 먹어"라면서 80살이 넘은 누나를 일일이 챙겼다.
이날 두 시간 동안 계속된 첫 단체상봉에서는 60여년만에 만난 가족들 마다 기쁨과 감격, 회한의 눈물 장면의 연속이었다.
리충복 북한 적십자중앙위원회 위원장은 환영 만찬에서 건배사에서 "온 겨레가 북남관계 개선과 민족의 화해와 단합이 이룩되기를 절절히 갈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 위원장은 "수십 년 세월 생사조차 알 수 없었던 혈육들이 만나 기쁨에 얼싸안은 감동적인 모습을 보니 혈육의 정과 하나로 이어진 민족의 혈맥은 절대로 갈라놓을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절감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만찬행사 중에는 가족들을 배려해 비공개로 진행됐다.
만찬 끝나기 10분전에 전에 김성주 대한적십자사총재가 다같이 아리랑 부르기를 제안해서 이산가족들도 손을 맞잡고 아리랑을 불렀다.
김성주 총재 "오랜 기다림 속에 오늘 첫 날을 만났는데 오늘 첫 날 이대로 끝나기는 아쉽지 않습니까?"라고 하면서 유도해 자연스럽게 아리랑을 다함께 합창했다.
이산가족 남측 상봉 대상자 96가족, 389명은 이날 강원도 고성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입북 절차를 밟은 뒤 군사분계선을 넘어 오후 1시40분쯤 숙소인 금강산호텔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