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한 주택에서 박모(50)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박씨는 그의 형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지만 이들은 모두 정신분열 증세로 지적장애 2급 장애 판정을 받았으며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8일 이들을 돌보던 80대 노모가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하자, 생활능력이 없던 형제만 집에 덩그러니 남겨졌던 것.
결국 노모와 장애형제에 대한 복지를 담당하던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사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앞서 지난 7월 서울시가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며 '찾아가는 복지'를 채택해 복지담당 공무원 수천 명을 충원했지만 지원 대상에 포함됐던 이들은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다.
동네 통장 양종식(70)씨는 "구청에서 이런 동네를 안 도와주면서 도대체 어디를 도와주고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이곳에는 가스도 안 들어와 전부 추운 데서 겨울을 나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에 대해 서울 마포구청측은 지난 한 달 동안 복지사가 이들이 살던 집을 직접 찾아가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고 해명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지난 15일에도 이들에게 식재료를 배달하는 등 지속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형제가 출입을 거부하는 바람에 생사 여부 정도밖에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어머님이 집을 비우기 시작할 때부터 구청에서는 생활 능력이 없는 이 형제를 기관에 입원시키자고 권유했었다"며 "보호자가 동의하지 않는 바람에 강제할 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기관의 소극적 대응과 이같은 안타까운 죽음이 되풀이되면서, 그동안 서울시가 강조하던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는 일선 현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우리복지시민연합 은재식 사무처장은 "90년대부터 이런 일이 반복될 때마다 정부는 '맞춤형 복지를 하겠다'고 말해왔다"며 "하지만 정작 이와 관련된 규정이 현실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안타까워했다.
은 사무처장은 또 "사회복지 관련 인력이 여전히 부족한 것도 문제"라며 "복지 담당 공무원들에게 수사권이나 조사권 등을 부여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한 자치구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A씨는 "정부에서 '찾아가는 복지'를 외치지만 그때마다 실질적인 규정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며 "일선 행정기관은 고발, 강제입원 등 직접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사회복지관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유모(26·여)씨는 "찾아가는 복지라고 하지만 실제로 대상자에 대한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앞서 지난해 2월에는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한 주택에 살던 박모씨와 두 딸이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른바 '송파 세모녀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국회는 이른바 '송파 세 모녀법'으로 불리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긴급복지지원법 개정안 등을 통과시켰지만 안타까운 죽음을 막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