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산가족 상봉, 남북관계 개선의 불씨가 되길

제20회차 이산가족상봉행사 1회차 상봉 첫날인 20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남측 배우자 이순규와 아들 오장균이 북측 남편이자 아버지인 오인세를 만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일부터 금강산에서 제20차 이산가족 상봉이 시작됐다.

1년8개월만에 열리는 이번 상봉에는 우리 측에서 20∼22일의 1회차에 393명, 24∼26일의 2회차에 255명이 참여한다.

60여년만에 만난 가족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신혼의 꿈이 깨기도 전에 북측의 남편인 오인세(83)씨와 생이별했던 남측의 부인 이순규(85) 씨는 65년만에 그리던 남편을 만났다.

오씨는 아들을 부둥켜안고 감격스러워했고 아들은 태어나서 처음 만난 아버지에게 큰절을 올렸다.

1950년 가을 19살 나이에 북으로 끌려간 신랑은 83살, 20살이던 새색시는 85살이 돼 다시 만났다. 유복자로 태어난 아들은 어느덧 65살의 노인이 됐다.

북측의 리홍종(88)씨를 기다리던 남측의 딸 이정숙(여,68)씨와 동생 이홍옥(80) 등은 리 씨가 휠체어를 타고 지팡이를 들고 들어오자 눈물을 터뜨렸고 리 씨는 딸 정숙 를 보자 눈가가 더 붉어지면서 입술까지 떨었다.

이들이 만나는데는 이념도 체제도 없었고 생이별했던 가족에 대한 진한 정과 그리움 뿐이었다.

이념과 전쟁 그리고 국가라는 거창한 상위 개념에 매몰돼 한 가족이 생이별한 채 살아야 했던 고통이 더 이상 지속돼서는 안된다.


사실 이번 상봉이 성사되기까지는 살얼음판의 연속이었다.

지난 10일 북의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계기로 장거리 로켓 발사가 우려되기도 했고 박근혜 대통령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북핵에 강력 대응한다는 공동성명에 북측이 반발해 상봉행사 무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런 점에서 북이 예정대로 이산상봉을 진행한 것은 모처럼 형성된 남북 대화 분위기를 유지시켜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여 다행스럽다.

하지만 이번 상봉이 일회성 행사에 그쳐서는 안된다.

통일부에 등록된 생존 이산가족은 6만 6292명에 이른다.

더 심각한 것은 등록된 이산가족 가운데 81.6%인 5만 4천여명이 70세 이상 고령자이고 90세 이상 고령자도 7천8백여명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분들의 한을 살아생전에 풀어 주기 위해서라도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는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

당장 정례화가 어렵다면 화상 상봉과 서신 교환, 생사 확인이라도 할 수 있도록 남북 당국이 인도적인 결단을 내려야 한다.

나아가 이번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된 것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의 불씨를 살려나가야 한다.

8.25 합의 과정에서 만들어진 김관진 황병서 남북고위급 채널을 다시 가동해 남북간 신뢰회복을 위한 조치를 차근차근 이어가야 한다.

남북간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5.24 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의 결단도 필요하다고 본다.

아무쪼록 모처럼 성사된 이산가족 상봉을 계기로 남북간 신뢰를 쌓고 발전적 협력의 틀을 넓히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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