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수도권 일부 의원들의 의견에 불과하지만 국정화와 관련된 여론의 향방에 따라 이같은 반대기류가 더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수도권 중심으로 국정화 반대여론 높아 '긴장'
새누리당내 소장파이자 비박계인 김용태 의원은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부의 일방적인 역사교과서 국정화 조치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국정화 하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일방적으로 선언해놓고 따라와라 이런 식이니까 사실 당혹스럽고 한편으로는 황당하기까지 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양천구을이 지역구인 김 의원은 특히 "수도권, 특히 서울 같은 경우에는 40대, 30대를 중심으로 해서 '도대체 집권세력으로서 무책임한 거 아니냐' 이런 얘기를 하고 있다"며 민심을 전했다.
김 의원 외에도 서울 서대문구을이 지역구인 정두언 의원 역시 지난 14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국정화에 대해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두 사람 외에도 남경필 경기도지사, 정의화 국회의장 등이 국정화에 반대의견을 내고 있다.
정 의장은 20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현재 교과서가 얼마나 이념편향적인지, 어떤 해가 있는지를 납득시키고 그 대책으로 국정화를 할 지, 아니면 검인정 강화를 논의했어야 했다. 아쉬움이 크다"며 "늦기는 했지만 절차상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바로잡을 노력을 해야 한다" 밝혔다.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국정화에 반대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도층과 청년층 등에서 국정화 반대기류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실제로 지난 16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국정화에 대한 전국적인 찬반 의견은 양측 모두 42%로 팽팽하게 맞섰지만 서울과 인천·경기에선 반대의견이 45%와 46%로 찬성의견 38%와 43% 보다 높았다.
특히, 세대별로는 현 여권에 부정적인 20대와 30대는 물론 중·고등학교 자녀를 둔 학부모 세대인 40대에서도 반대의견이 53%로 찬성의견 32% 보다 월등히 높았다.(자료 : 한국갤럽 10월 13~15일 조사, 전국 성인 1003명 대상 휴대전화 무작위걸기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하지만 현재까지 공개적으로 국정화에 반대의견을 내는 의원들은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당내 소장파로 활동했던 한 의원은 "역사교과서의 좌편향이 문제의 본질이라면 국정화는 방법과 절차에 관한 문제"라며 "폭넓은 의견수렴과 검토절차가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본질적인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국정화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전반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내년 4월에 치러질 20대 총선을 앞두고 국정화와 관련한 반대여론이 높아질 수록 당내 기류에도 변호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역사교과서의 좌편향 문제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국정화는 아니라는데 상당수 의원들이 동의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아직까지는 공개적으로 발언할 때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정화에 대한 찬반양론이 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당의 공식 입장과 배치되는 의견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여론의 변화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부산·경남(PK) 지역의 한 의원 역시 "총선을 앞두고 노동개혁 등 해야할 일이 많은데 당이 너무 조급하게 국정화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며 역풍을 우려했다.
교수출신의 한 의원은 "국정화는 행정고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집필진 구성부터 시작해 건건이 논란이 될 일이 산더미"라며 "지역을 다녀보면 찬성하는 의견도 많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아 앞으로 여론이 어떻게 흘러갈지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의 지적처럼 국정역사교과서 집필 거부에 동참한 교수·연구자가 1천명을 넘어서는 등 역사학계의 집필 거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고, 시민사회단체의 반대 운동 역시 그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다.
이처럼 총선과 연계해 국정화와 관련한 당내 우려가 쌓여가다보니 적절한 의견수렴 없이 이를 밀어붙인 김무성 대표에 대한 불만 역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무성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조차 "당청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해하지만 당내 의견수렴 절차가 없었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김 대표가 청와대와 공천제도 갈등에서 밀리니까 국정화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수도권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김 대표의 한 측근 역시 "공천제도 같은 당내 문제나 노동개혁 같은 국가적 정책도 제대로 완결짓지 못한 상황에서 갑자기 뜬금없이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튀어나와서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