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오늘 학교에서 발표를 했는데, 지금 기분이 이상해요. 분명 애들이 다 모르는 걸 제가 맞춰서 선생님은 잘했다고 하셨는데, 애들은 저보고 '나댄다'며 재수 없다고 수군거렸어요. 정말 속상해요. 수업시간에 잘 듣고, 열심히 발표하고, 저는 배운 대로 하는데 왜 애들은 저를 좋아하지 않는 걸까요?"
#3. "우리는 네 명이 몰려다니는데, 그중 두 명은 안 친해요. 같이 밥도 먹고, 쉬는 시간마다 모이고, 모둠활동도 같이 하지만 그 애들이랑은 껄끄러워요. 그 애들은 지 얘기도 잘 안 하고, 물건도 잘 안 빌려주거든요. 놀자 해도 맨날 바쁘다고만 하고, 몰려다니는 애들이라 챙기기는 하는데, 귀찮아요. 친해지려 해도 맘을 열지 않으니, 몰려다니는 시간이 아까워요."
10대들에게 이러한 고민 상담을 받으면 어떻게 답해야 할까. "그 시절에는 다 그런 거야"라는 말로 넘기기에는 꺼림칙하다. 세상과 자신의 연결점을 찾아 가는 10대 시절을 누구 하나 안 거친 사람이 없기에, 그 시절 그 고민의 크기를 다들 잘 아는 까닭이리라.
앞에서 언급한 고민들은 10대의 복잡한 심리를 깊이 있게 들여다본 심리학 에세이 '내 편이 되어줄래?'(지은이 노미애·펴낸곳 팜파스)의 일부다. 첫 번째 고민에 대해 이 책은 "고통스러운 관계는 사랑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내놓는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어려움이 어린 시절에 생겨났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어렸을 때 나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있었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어린아이는 혼자서 살아갈 힘이 없기 때문에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더라도 반드시 함께하려 하거나, 아니면 나에게 문제가 있어서 이런 일이 생긴 것이라는 식으로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그건 보호받지 못한 경험 때문에 생긴 왜곡된 생각이랍니다. 이러한 상처를 심리학자들은 학대의 상처라고 말한답니다. 말이 좀 강해서 놀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런 상처는 말만큼이나 강한 마음의 상처이므로, 만약 제가 이야기한 부분 중 자신에게 해당되는 것이 있으면 상담 전문가를 만나보길 권해요.' (132쪽)
◇ "아직은 미숙한 것이 정상"…"관계에서 절망은 희망의 준비단계"
현재 한국미술치료연구센터 상담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전문상담교사인 지은이는 "이 책은 관계로 인해 가슴앓이를 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게 됐다"고 전한다. 책의 내용이 지은이의 내밀한 고백으로 다가오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제가 창피함을 무릎 쓰고 그 미숙한 경험들을 밝히는 이유는 선생님이었고, 상담사인 저 역시도 관계 맺기와 감정 조절은 쉽지 않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입니다. 관계 맺기와, 감정 조절 역시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배우고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 있는 심리학 교실의 내용들은 제가 직접 겪으며, 공부한 것들을 적용해가며 배운 것들이랍니다. 제 경험이 저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6쪽)
청소년기에 대해 지은이는 "그럼에도 아직은 미숙한 것이 정상"이라고 설명한다.
'청소년기는 사회에 나가기 전에 이 욕구를 실현해줄 대인관계 기술을 실험하는 시기이기도 해요. 모든 시도가 그러하듯 실험에는 실수와 미숙함이 있을 수 있어요. 그래서 사소한 일에도 마음에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답니다. 따라서 자신의 이러한 특성을 이해하고 해결방법을 찾아보며, 심리적 도움을 받는 게 마음 성장을 위해 매우 중요해요.' (216쪽)
지은이는 "또한 자기 중심성이 커지는 시기"라고도 강조한다.
'청소년에게 자기중심적인 면이 있다는 건 그런 특성이 드러날 때 자신을 더 이해하라는 뜻이지, 이기적 행동이 옳다는 뜻이 아니라는 거예요. (중략) 청소년기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기에 그런 특성이 나타납니다. 바람직하고 성숙한 사람은 내 입장을 돌보듯 남의 입장도 돌볼 줄 아는 사람이에요. 지금의 미성숙한 모습들은 하나의 과정이랍니다.' (222쪽)
무엇보다 지은이는 10대 스스로 "관계에서 절망은 희망의 준비단계"라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권한다.
'청소년기의 대인관계가 너무 힘들고 외롭다 해도 관계 맺기를 포기하거나, 상처로 인해 마음을 닫지 않기를 바랍니다.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수치심과 열등감은 성공을 향한 열정의 원천이 되기도 해요. 또한, 관계의 상처는 내면을 들여다보고 성장하는 기회도 됩니다. 관계 때문에 지치고 힘들 땐 도움을 구하고 누군가가 없다면 스스로 위로하고 사랑해주세요. 지금은 성장통을 앓고 있을 뿐이라고 말이에요. 지금의 외로움과 힘듦의 끝에는, 사람들과 따뜻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성숙한 인격이라는 선물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229쪽)